계몽과 혁명, 그리고 루쉰의 말

2021-07-03 0 By 커피사유

얼마 전에 나는 ‘고전 100선’ 강의의 제4강인 루쉰의 『광인일기』에 관한 강좌를 들었다. 나는 그 강좌에서 내가 예전부터 고민해오던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이 어쩌면 이 루쉰의 사상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늘 이상하게도 눈에 계속 들어오는 루쉰의 다음과 같은 두 이야기를 남겨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다음과 같이 남겨둔다.

1.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루쉰. 『외침』 서문 中 (흔히 철(鐵)의 방 이야기로 알려짐)

2.

“상상도 할 수 없다. 4천년 동안 계속 사람들을 먹는 지방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형이 살림을 도맡자마자 누이 동생이 죽었다. 어쩌면 누이 동생의 살점을 부드러운 채소 반찬에 섞어 가족에게도 먹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모르는 채로 살점을 먹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된 것인가? 4천년 간 식인의 역사를 가진 이 나라. 처음에는 나는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다. 진정한 참다운 인간을 보기는 어렵도다. 아직 사람을 잡아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구하라! 구해야만 한다.”

루쉰. 『광인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