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과 틈을 통한 ‘쏟아져들어옴’

2021-03-20 0 By 커피사유

최근의 몇몇 경험들로 인하여 나는 나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대체로 그 경험들이란 주로 한 권의 책과 한 개의 사유였고, 둘 모두가 전적으로 에세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어 어찌 되었든 이 블로그에 자리한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를 각각 차지하게 되었다. (전자의 경우는 여러 생각들로 나누어져 그 위치를 확립하겠지만)

나는 이 경험들로부터 나 자신이 이른바 일련의 내적이면서 지적인 ‘파괴 작용’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라는 본능을 지닌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적이면서 지적인 파괴 작용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축적해온 경험을 통해 가지게 된 가치관을, 새로운 어떠한 경험을 접함으로써 전적으로 무너뜨리고 수정하는 것이거나, 혹은 자신이 믿어온 어떤 통상적 대상이나 관념을 전적으로 비판의 날을 들이대어 부정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즉, 나는 어떤 고전적 질서나 체계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것에 대하여, 이들을 거부할 수 없는 어떠한 본능을 타고 난 모양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가면서 글을 쓰는 이유가 아마도 혹여 이러한 생각을 타인에게 나누고픈 목적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을 통해 무언가를 의심하고, 그것의 견고함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를 통하여 그 자체에 대한 고정적 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도입하는 것을 나는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느 정도 파괴적인 본성이 있는 셈일 것이다. 이것이 외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내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정된 것에는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아마 이제 10대에서 벗어나 20대로 향하는 나 자신에게 있어 젊음의 특징인 ‘반항’의 심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나, 아직 나는 정확한 확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의 경험으로는 내가 무언가 ‘무너짐’을 유발하고, 그로 인한 잔해의 틈 사이로 ‘쏟아져들어옴’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는 별로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