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이해(Understanding Western Philosophy) 문답 #4. 버클리의 ‘관념론’, 버클리의 ‘표상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 버클리의 인과론적 신 증명, 버클리의 ‘관념론’에 대한 비판

2021-12-06 0 By 커피사유

#1.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직접적 실재론을 거부하였으며, 현상론을 거부하였고, 제1성질과 제2성질의 명확한 구분을 주장하였다. 각각은 무엇인가? 이 때, 유사성 테제도 함께 설명하면?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우리가 지각하는 대상은 외부 세계의 사물이라고 주장하는 직접적 실재론을 거부하고, 우리가 지각 · 반성하는 유일한 대상은 실존하는 외부 세계의 사물에 대하여 감각 기관을 통하여 내적으로 형성된 표상인 관념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외부 세계는 실존한다고 보기 때문에, 외부 세계의 실존 마저도 의심의 대상으로 여겨 판단 중지가 필요하다고 보는 현상론을 거부한다.

또한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제1성질과 제2성질의 명확한 구분을 주장하였다. 로크에 따르면 사물은 제1성질과 제2성질을 가지는데, 사물의 제1성질은 수, 모양, 연장과 같은 것으로 사물을 구성하는 미립자에 의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지각자에 따라 다르게 관측될 수 없는 것이다. 사물의 제1성질에 대한 관념은 사물의 제1성질과 유사 · 동일하다.

반면 사물의 제2성질은 사물의 제1성질이 지각자의 감각을 격발시켜 발생하는 성질로, 지각자에 따라 다르게 관측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의 제2성질에 대한 관념은 사물의 제2성질과 다를 수 있다.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에서 사물의 제1성질에 대한 관념은 사물의 제1성질과 유사 · 동일하다는 명제를 흔히 유사성 테제라 부른다.

#2. 경험론과 합리론은 각각 무엇인가?

인지론은 앎의 원천에 대한 입장 차이를 두고 ‘경험론’과 ‘합리론(이성론)’으로 구분된다.

경험론은 앎의 원천은 감각 기관을 통하여 들어오는 경험으로 보지만, 합리론은 앎의 원천은 경험이라기 보다는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능력이나 이성으로 본다.

#3. 버클리의 관념론은 무엇이며,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는가?

버클리의 관념론은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과 동일하게 경험론적 관점, 즉 우리의 앎의 원천은 ‘경험’이라는 입장은 공유하면서도,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과는 대조되게 외부 세계의 실존을 인정하지 않는 인지론 입장이다.

버클리는 오직 ‘관념’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하면서, 이들 관념의 원천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외부 세계가 아닌 ‘신’을 지목하였다.

#4. 버클리는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을 어떻게 비판하였는가?

버클리는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을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하였다.

  • 추상 관념의 허구성
  • 제1성질 · 제2성질의 구분의 임의성 및 부적절성
  • 유사성 테제와 표상적 실재론의 양립 불가능성
#4-1. 추상 관념의 허구성

버클리는 존 로크가 ‘표상적 실재론’에서 제시한 추상 관념은 허구적인 것이며, 오직 언어적 편의를 위해 임의로 등장한 것이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버클리의 ‘추상 관념의 허구성’ 측면에서의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아닌 관념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있다.

버클리의 이러한 비판의 대표적인 논리로는 운동 관념에 대한 허구성의 지적을 들어볼 수 있다. 예컨대 운동 추상 관념의 경우, 존 로크의 주장에 따르면 이 운동 추상 관념에서 다루는 운동은 곡선 운동도 아니며 직선 운동도 아닌, 특정 어느 운동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운동을 아우르는 관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념은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거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관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서 운동 추상 관념은 존재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의 논리로 버클리는 존 로크가 주장하는 모든 추상 관념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2. 제1성질 · 제2성질 구분의 임의성 및 부적절성

버클리는 존 로크가 구분한 제1성질과 제2성질의 구분은 임의적이며, 게다가 존 로크의 주장대로라면 외부 사물의 성질은 존재할 수 없고 오직 관념만이 있을 뿐이라고 논변을 통해 비판했다.

버클리의 논변은 다음과 같다.

  • 존 로크가 주장한대로 사물에 제1성질이 있다고 하자. 이 때, 사물의 제1성질은 사물을 구성하는 미립자에 의하여 발생하는 성질로, 그 미립자들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존 로크에 따르면 외부 사물의 성질이거나 관념이야 한다.
  • 그런데 존 로크가 주장하는 사물의 제1성질, 이를테면 수량, 형상 등은 우리의 감관이 때때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 존 로크의 주장대로라면, 사물의 미립자의 변화 없이 변화하는 이들 사물의 제1성질은 사물의 성질이 아니므로, 관념일 수밖에 없다.
  • 따라서 오직 관념만이 존재한다.

즉, 버클리는 존 로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가 구분한 제1관념도 역시 우리 감관이 종종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은 외부 사물의 성질일 수는 없고 그저 관념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였다.

#4-3. 유사성 테제와 표상적 실재론의 양립 불능성

버클리는 유사성 테제와 표상적 실재론은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표상적 실재론은 그 자체로 내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우리의 지각 · 반성의 유일한 대상은 외부 세계에 대하여 형성된 내적 표상인 관념으로, 우리는 외부 세계를 직접적으로 지각할 수 없고 관념을 통해서만 오직 간접적으로 지각할 수 있을 뿐인데, 존 로크는 표상적 실재론의 기본 내용에 따르면 결코 논할 수 없는 사물의 제1성질에 대한 관념과 그 제1성질의 유사성을 기술하는 유사성 테제를 그 이론 자체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내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5. 버클리는 그의 관념론에서 ‘관념’의 원천으로서 신을 지목하였으며, 신의 존재를 관념의 원천에 따라 인과론적으로 증명해보였다. 버클리는 어떻게 인과론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였는가?

버클리는 우선 감각 관념의 원천은 다른 마음일 수밖에 없음을 보인 이후, 감각 관념의 특성 상 그 다른 마음은 신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형태로 신의 존재를 인과론적으로 증명했다.

#5-1. 감각 관념의 원천은 다른 마음이다

버클리는 감각 관념은 우선 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고 발견되므로, 자신에 의하여 생성된 관념이 아닌 외부 원천을 가지는 관념이라고 논증하였다. 그리고 이 외부 원인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외부 물질 세계와 다른 관념, 다른 마음 3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버클리의 ‘관념론’에 따르면 외부 물질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외부 물질 세계는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될 수 없다.

버클리에 따르면, 관념은 정적으로 주어지고 일어나는 것이므로, 동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관념을 만들어낼 수 없으므로, 감각 관념의 원천은 다른 관념도 아니다.

따라서 소거법에 의하여, 감각 관념의 원천은 남은 유일한 대상인 다른 마음일 수밖에 없다.

#5-2. 감각 관념의 본성상, 다른 마음을 가진 존재자는 신

버클리는 감각 관념이 가진 다음의 본성에서 몇 가지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의 특성을 이끌어내었고, 이들 특성을 모두 가진 ‘다른 마음’은 ‘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관념론으로부터 신의 존재를 인과적으로 증명했다.

  • 일관성 (규칙성, 반복성)
    • 유일성
  • 상상 이상으로의 다채로움, 복잡함
    • 전지전능성 (상상 이상의 힘을 보유)
  • 그러한 다채로움과 복잡함 속에서의 일관성
    • 자애로움
    • 무한함

우선 감각 관념은 일관성을 가진다. 이를테면 번개가 치면 항상 천둥 소리와 빛이 보이고 들린다. 또한 불이 나면 항상 화염과 연기가 보인다. 이러한 감각 관념의 일관성은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이 복수 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오직 단 하나 존재한다는,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의 유일성을 보여준다.

감각 관념은 그리고 인간의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채롭다. 이러한 감각 관념의 복잡성과 다채로움은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능력이나 범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시하므로,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은 전지전능하며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감각 관념은 인간의 상상 이상의 복잡성과 다채로움성 속에서도 항상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는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이 자애로우며, 이러한 일관성을 모든 곳에서 항상 유지할 수 있는 무한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감각 관념의 본성으로부터 감각 관념의 원천이 되는 다른 마음은 유일성, 인간 이상의 전지전능성(힘), 자애로움, 무한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다른 마음이란 다름 아닌 ‘신’이므로, 따라서 감각 관념의 원천으로서 인과론적으로 ‘신’의 존재를 이끌어낼 수 있다.

#6. 버클리의 관념론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이 가능한가?

버클리의 관념론에 대해서는 크게 감각 관념과 상상 관념의 구별이 어렵다는 비판과 그냥 외부 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받아들이기 쉽다는 비판이 있다.

#6-1. 감각 관념과 상상 관념의 구별은 어렵다

버클리의 관념론에서는 감각 관념은 상상 관념과 명확히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에서의 제2논증인 “꿈으로부터의 논증”에서 사용된 아주 생생한 꿈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항상 감각 관념이 상상 관념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6-2. 외부 물질 세계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더 쉬움

버클리의 관념론보다는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이나 상식적 실재론과 같이 외부 세계의 실존을 가정하는 인지론이 훨씬 받아들이기 쉽고 간단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