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이해(Understanding Western Philosophy) 문답 #6. 다른 형태의 심신이원론(심신평행론, 부대현상론, 기회원인론), 물리주의(유형 동일론, 개별자 동일론)

2021-12-06 0 By 커피사유

#1. 르네 데카르트는 그의 심신이원론에서 심-신의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한편 다른 형태의 심신이원론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들에는 무엇이 있으며, 각각은 어떤 입장인가?

르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과는 달리 심-신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하지는 않은 다른 형태의 심신이원론으로는 크게 다음의 3가지가 있었다.

  • 심신평행론
  • 부대현상론
  • 기회원인론
#1-1. 심신평행론

몸과 마음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마치 잘 맞추어진 시계처럼 그저 동시에 평행하게 진행할 뿐이라고 보는 심신이원론을 심신평행론이라 한다. 즉, 심신평행론에서는 몸과 마음의 모든 상호작용을 부정한다.

라이프니츠가 대표적인 심신평행론 주창자로, 그는 심신평행론을 주장하면서 그 원인으로 ‘신’을 지목한 예정조화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1-2. 부대현상론

몸은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마음은 몸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보는 심신이원론을 부대현상론이라 한다. 즉, 부대현상론에서는 몸 → 마음의 일방적인 상호작용만을 인정한다.

부대현상론은 몸 to 마음이라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며, 자유의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3. 기회원인론

몸과 마음은 직접적으로 상호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 ‘신’이나 ‘자연의 우연성’과 같은 중간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상호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심신이원론을 기회원인론이라 한다. 즉, 기회원인론에서는 심-신이 중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2. 물리주의란 무엇인가?

몸과 마음은 완전히 동일한 것이며, 마음은 몸과 같은 물질의 부수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마음의 철학에서의 시각을 물리주의 또는 심신동일론이라 한다.

물리주의에서는 정신적 사건은 특히 두뇌 내 사건과 같은 물리적 사건으로 설명이 완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3. 물리주의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었는가?

물리주의는 물리적 탐구를 통한 정신에 대한 연구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4. 물리주의의 목표는 무엇인가?

물리주의는 몸과 마음 사이의 구체적인 상호연관성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해당 과업은 신경과학의 연구 과제이다. 물리주의에서는 심신이원론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5. 물리주의에는 유형 동일론과 개별자 동일론이 있다. 각각은 무엇이며, 어떤 비판에 마주하게 되는가?

#5-1. 유형 동일론

특정 유형의 정신 상태는 특정 유형의 두뇌 상태에 대응된다는 동일론을 유형 동일론이라 한다. 즉, 유형 동일론에서는 정신 상태와 두뇌 상태는 그 유형에 있어서 동일하게 대응된다고 본다.

이를테면 슬픔을 느끼는 모든 경우의 사건은 슬픔을 느끼는 공통적인 두뇌 패턴의 범주가 존재하면 모두 그 범주 내의 두뇌 패턴에 대응된다는 것이다.

이 때, 유형 동일론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동일 감정을 느끼면 동일한 범주 내의 두뇌 패턴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즉, A와 B가 모두 슬픔을 느끼며, 슬픔이라는 정신 상태 범주에 대응하는 두뇌 패턴의 범주가 N인 경우, A와 B는 모두 N이라는 범주 내의 두뇌 상태를 가진다고 본다.

유형 동일론에 대한 비판은 크게 다음 3가지가 있다.

  • 잘 알지 못하는 두뇌-정신 사이의 대응 관계에 기초하여 설득력이 떨어짐
  • 두뇌와 정신은 결코 동일할 수 없음 (동일한 것의 식별불가능성의 원리)
  • 감각질 설명 불능

우선 첫 번째 비판인 유형 동일론은 잘 알지 못하는 두뇌-정신 사이의 대응 관계에 기초하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유형 동일론은 심신이원론에서의 지각 · 내성과 같은 과정보다도 더 잘 알지 못하는 두뇌-정신 사이의 대응 관계에 기초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러한 비판은 일종의 ‘무지에 호소하는 반론’이 아닌가하는 재반론이 있다.

두 번째 비판은 유형 동일론은 결코 동일할 수 없는 두뇌와 정신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동일한 것의 식별불가능성 원리에 따르면, 두뇌와 정신은 서로 상이한 속성을 가지므로 동일한 것으로 결코 취급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형 동일론은 이 둘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세 번째 비판은 유형 동일론은 감각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감각질은 특정 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개인의 주관에 따라 상이하게 경험하는 고유하는 느낌을 말한다. 이 때 감각질은 동일한 상황에 노출되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하는 고유하는 느낌이 있는데, 유형 동일론은 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5-2. 개별자 동일론

각 정신 사건은 각각 상이한 두뇌 상태에 대응된다는 물리주의 이론을 개별자 동일론이라 한다. 개별자 동일론은 유형 동일론과는 달리, 특정 정신 상태가 반드시 특정 두뇌 상태에 대응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측면에서, 자율성이나 자유 의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개별자 동일론은 심-신의 관계를 지나치게 신비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심-신의 관계를 지나치게 무작위적인 것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심신의 관계를 지나치게 신비화하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