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惡習)

2021-04-17 0 By 커피사유

결국은 몸살이고 뭐고, 일단 당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나는 또 약물에 의존해서 하루를 견디는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놈의 신경성 문제는 해년 해마다 괴롭혀서, 중요한 시기에 꼭 건강 상태를 악화시켰다.

오늘도 또 어깨 근육이 문제였다. 나는 중요하지만 몸이 피곤할 때, 보통 몸의 요구에 따라 주기 보다는 당장에 중요한 일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이므로 몸을 달랠 방법을 찾는다. 휴식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타협되지 않는 이 몸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은 휴식을 주는 것이 정석적인 방법이겠지만, 몸을 속이는 방법도 있다. 본연의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닌, 다른 장치를 통해 본연을 잠시 망각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약물이다. 나는 보통 카페인이나 타우린, 그리고 각종 근육 이완제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줄곧 남용한다.

그러나 비단 나의 몸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되는 요즘이다. 사회에서도 정치인들은 어떤 문제로 인해 여론이 끓으면, 적어도 내가 목격한 범주 내에서는 본연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보통 자신의 권력에 직계되므로, 본인에게 소중한 – 즉, 이기적인 것들을, 포기하기 싫어해서 결과적으로는 다른 이슈를 터뜨리거나, 혹은 대중들로 하여금 헷갈리는 발언, 정책 따위를 남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의사는 약물에 의존해서 몸을 속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결코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나에게 지난 번 진료에서 신신당부했었다. 비단 이러한 말은 나 자신의 몸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