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하여

2022-10-15 0 By 커피사유

여러모로 시끄러운 요즈음이지만, 사회 · 정치 이슈 중에서 최근 나의 관심을 조금 끄는 것이 있다면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된 정부의 발표와 시민사회의 대응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부터 느낌이 좋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몇 글자만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을 때, 누군가는 그 짧은 한마디에 환호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윤 후보의 캠프에서 내세운 “여성가족부의 기능은 보건복지부와 통합하면 된다”는 논리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된, 즉 보건복지부의 기능을 여성가족부와 통합한 형태의 독일식 성평등 정부 정책 등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 여겨졌기에.1 그리고 나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최근 이 이슈가 다시 한 번 대두되면서 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 양쪽을 모두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나 찬성의 근거가 옳고 반대의 근거가 그르든, 혹은 그 반대이든지 뭐든지 간에 한 가지 내가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있다. 윤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 충분한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에 통합시킨다면 적어도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부처 간 협의도 여러 차례 열려야 했고, 그 논의도 상세히 대중에게 공개하여야 했으나 논의를 상세히 공개하기는 커녕 그 중간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했다’고만 설명하는데 그쳤다.2 그런가 하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섭외하여 각종 견해를 듣기 보다는, 듣고 싶은 말들만 들은 것이 아닌가 싶은 방식과 인원들로 간담회를 진행했다.3

그러므로 여성가족부 폐지가 옳은 방향이든, 아니든지 간에 지금의 절차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러한 절차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존폐 논의가 계속 진행된다면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모든 정책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하여야 하지 않은가. 나는 현재의 윤 정부가 단지 ‘선거 공약’이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선거 공약이었다고 해서 반드시 밀어붙이는 것이 옳지는 않다는 사실은 매우 자명하지 않은가. 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그 후보가 제시한 모든 정책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던가. 정책의 정당성을 자신의 ‘승리’로부터 찾는 모든 정권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민주적 정당성이 구성될 수 있는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올바른 절차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수렴한 뒤 찬성과 반대 양 견해를 모두 검토하여 결정하고, 그 결정의 이유를 상세하고 친절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는 정부이지, 지금의 윤 정부는 아니다.

주석 및 참고문헌

  1.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2218.html?_ga=2.61265004.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
  2.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1932.html?_ga=2.237352128.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2665.html?_ga=2.61265004.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