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순간

2021-04-27 0 By 커피사유

… 적어도 어떤 종류의 순간은 삶에서 전혀 예상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듯 하다.

나 스스로에게 있어 반은 트라우마가 가득한 장소이자 반은 또 고마운 장소이기도 한, 감정의 혼합이 산재하는 어느 학교에 관한 일이었다. 그것은 어느날 아침에 어머니를 통해 갑자기 안 사실이었다.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을 비난할 수도 없었고, 법치주의를 지독하게 지키고자 하는 고지식한 나의 성격상 적법한 행위라고 판단되었던 것이 그것이었으나, 하지만 그 행위는 나 자신의 진학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 선생님들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진부했다.

학부모회에서는 탄원서를 넣는다고 말했다. 그 정보를 들은 것 또한 그날 아침이었다. 동창회에도 그러한 정보가 간다고 하였으나, 나는 문득 동창회에 가입되지 않은, 아직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졸업생 일동들에게는 동창회에서 정보가 내려올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 그것이 내가 행동을 택한 이유였다. 그 어떤 다른 목적도 없었다. 그저 나는 당연한 행위, 그리고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행위를 주어진 대로 처리한 것이 전부였다.

… 그렇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갑작스럽게 어찌된 영문인지 한 은사님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가 왔을 때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윽고 침착을 되찾고 다음과 같이 답장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스스로 이야기하면 쑥스러운 일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