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John Locke), 『인간지성론』 과 학문(學文)의 이유

2021-10-21 0 By 커피사유

오늘 마침내 사 두고서는 몇 주간 묵혀 두었던 존 로크(John Locke)의 『인간지성론』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고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용어가 다소 추상적이었고 다소 일반 용례와 다른 의미를 가지고 내 앞에 펼쳐졌던 것도 물론 그에 대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금일 오후 중 이메일을 통하여 서울대학교 교양수학의 중간고사가 전면 취소되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 공표된 덕분에, 그리하여 상상 이상의 무력감과 피로감, 실망감이 몰려와 나의 정신을 휩쓴 덕분에 책의 내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탓이 아무래도 제일 컸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적인 통증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읽은 로크의 서술 중에서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의 어떤 부분은 아무래도 간과될 수 없는 듯 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해두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내가 현재 추상적 영역에서 언어적 서술로 구체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학문에 대한 사상과 그 근원이라던가, 학문을 하는 사람은 그 과정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왜 놓을 수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과 관련된 모종의 단서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 로크의 해당 부분의 서술을 기록해두기로 결심했으며, 이제 다음과 같이 옮긴다.

… 매 사냥에서 종달새나 참새를 잡는 사람도, 더 좋은 사냥감을 잡는 사람에 비해 시시하기는 하지만 사냥을 하는 재미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성은 영혼의 가장 고상한 기능인만큼, 지성을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어떠한 기능 못지않게 기쁨이 크고, 그것이 단절된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이 책의 주제인 지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지성의 진리 탐구는 매 잡기나 사냥 놀이와 같아서 추구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을 이룹니다. 참다운 앎을 지향하고, 마음이 나아가는 발자국들이 어떤 발견을 합니다. 그 발견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적어도 그때에는 최상의 것이기도 합니다.

지성은 눈과 같아서 사물을 오직 보이는 바에 따라 판단하므로 발견해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으며, 보지 않은 것은 알 수 없으므로 애석해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어진 것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얻은 의견 조각에 만족하여 멍하니 생활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생각으로 진리를 찾아 좇으려는 사람은 (무엇을 손에 넣든지 간에) 사냥을 하는 사람의 만족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추구할 때의 어떤 순간에도 노력은 기쁨으로 보답되어, 무엇인가 큰 수확을, 큰 만족을 얻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고 당연히 생각할 것입니다.

존 로크(John Locke). 『인간지성론(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추영현 역. 동서문화사. (2011). pp.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