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혜안(慧眼)이다

2021-07-03 0 By 커피사유

혜안(慧眼)

1. (명사) 사물을 궤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
2. (명사) 불교 오안의 하나. 우주의 진리를 밝게 보는 눈이다. 모든 현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차별의 현상계를 보지 않는 지혜이다.

「혜안(慧眼)」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

… 조금 전에 논란이 된 모 게임과 여성가족부가 얽힌 어떤 사건에 관한 정보를 조금 조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넷 각지에서는 저마다 커뮤니티들이 달아올라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었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몇 가지 감정적으로 지나친 언사들과 표현이 있기는 해도 그래도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는 것만 보면 일단은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조금 남겨 두어야 할 것 같다.

첫째.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감정적 요소가 상당히 개입되어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논의에 분노가 개입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상기하여야 할 것 같다. 분노 혹은 불합리에 대한 투쟁의 의지란 어떤 개인이 납득할 수 없는 어떤 방식에 의하여 자유적 의사표현 혹은 행동에 대하여 제약을 받을 경우 물론 자연히 일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논쟁에 개입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싶다. 민주적 국가에서 국민주권주의를 근거로 하여 민의(民意)가 전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포퓰리즘(Populism)적인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이다. 모든 주장, 혹은 변경에 대한 의지 표현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개인의 믿음보다는 아무래도 사회 공동체의 어떤 기초적, 혹은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을 법한 또는 그러한 논리적 근거여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태와 관련하여 몇몇 연관된 스트리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표명을 하고 있는데, 나는 우려스러운 것은 그 스트리머들에 대한 지나친 팬심이 잠시 감정적 요소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순수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차단하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광분(狂憤)한 대중만큼 두려운 존재도 없다”라는 어떤 말처럼, 찬반의 견해와 근거를 놓고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가도 살펴보지 못한채 논의가 오로지 감정적 요소에만 결부되어 민의에 대한 지나치게 강력한 믿음, 이것이 항상 옳다는 믿음으로 얼룩질 것 같은 이 느낌, 이것이 바로 내가 첫째로 우려스러운 것이다.

둘째. 현재 대부분의 비판에서 그 대상을 잘못 선정하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하여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삼권분립 조직 중 행정부 산하의 ‘여성가족부’를 비판하는데, 그 대표적인 근거로 ‘셧다운제’에 대한 운영 및 관리를 든다. 문제는 그 비판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의 핵심은 ‘셧다운제’가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것에 있는데, 삼권분립에 대하여 살펴보면 행정부는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을 일방적으로 폐지 혹은 수정할 수 없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에 대하여 ‘셧다운제’에 대한 청소년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시정을 권고할 수 있는 주체는 ‘여성가족부’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행정부는 법을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현 태세는 심각하게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민주적 질서 혹은 이 민주적 의사 운영의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생각이 바로 내가 둘째로 우려스러운 것이다.

어떤 억압의 조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리는 가끔 감정적 측면이 이성적 측면을 압도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듯, 감정적인 유발원과 그로 인한 행동이란 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할 수는 있어도 결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전적이 없다. 만약 어떤 억압의 조치에 대하여 근본적인 변화, 혹은 해결, 혹은 부당성을 주장하는 경우는 나는 반드시 감정적 측면은 최초의 동기 부여원으로써만 활용하되, 논의는 반드시 이성적 측면만 개입하여 진행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의는 얼룩지고, 진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이지 않게 된다.

대중의 감정적 심리에 흔들리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 수많은 말과 행동이 있는 이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파악하는 날카로운 눈이다. 그 눈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나아갈 다음 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점을 끝까지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