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준비록 #1. 중학생들을 위한 경남과학고등학교 입시 준비

강연준비록 #1. 중학생들을 위한 경남과학고등학교 입시 준비

2021-07-09 0 By 커피사유

강연준비록(講演準備錄)은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개인적인 강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해두는 공간입니다.

서문(序文)

내가 용남중학교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기는 했다. 처음에 내가 단순히 방학 때에 원하던 것이란 그저 내 모교인 한 중학교로 가서 소규모 학생들을 데리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뿐이었는데, 연(聯)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석이 있어서 어쩌다보니 나는 금월 12일에 사천용남중학교와 용남고등학교에 모종의 강연을 나가는 것을 수락해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해당 중학교에서 우선 내게 알려온 사항은 내가 강연을 한다고 했을 때 수강을 희망한 중학생은 대략 6 ~ 7명 정도라는 것이었고, 강연 시간은 16시부터 18시까지 2시간, 그리고 강연의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1. 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중학교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가?
  2. 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편제되어 있으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3. 과학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로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서울대학교는 어떠한 곳인가? (가벼운 소개 정도의 수준)

나는 이러한 부탁을 문득 받았을 때에, 4번 즉 서울대학교는 어떠한 곳인가는 가벼운 수준에서 소개할 수 있는 토픽이니 잠시 치워둔다 하더라도, 1, 2, 3번에 해당하는 주제의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 나 자신의 과거 회상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직감을 느꼈다. 나는 이러한 나의 준비과정을 요약 리스트의 형태로 달아둘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기왕지사 어떤 펼쳐진 산문(散文)의 형태로써 기술해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리하여 이렇게 내가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여기에 기록해두기로 했다.

그러나 위의 주제들을 모두 하나의 글에 담아둔다는 것은 분량상 너무 길다. 그러하므로 나는 그 준비 과정 자체를 1과 2, 3으로 나누어 2개에 걸쳐 기록해두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이 글에서는 오직 첫 번째 주제, 즉 「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중학교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가?」만 다루는 것이 맞을 것이다.

0.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자」란 어떤 사람인가?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란 무엇인가?

그러나 나는 문득 이러한 첫 번째 질문을 중학생들 앞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이 명확히 어떤 길인지에 관한 인지나 나름의 가치관이 없이 이러한 길에 무턱대고 도전해서, 자신의 흥미와 반대되는 길을 걷느라고 고생한 사례들을 나는 주변인들로부터 많이 들어온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혹여 이러한 중학생들이 사실은 자신의 흥미나 관심사를 자세히 모르는 채로 이러한 나의 강연을 듣고, 무작정 이공계열 쪽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하므로 나는 우선 중학생들 앞에서 먼저 그들이 관심있어하는 「과학」의 길이란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진로 강좌 혹은 강연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학생 자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 그 본질이자 속성이므로, 그들에게 명확히 이 길이 어떤 길인지를 알려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가능한 많은 주변인들에게 「과학」과 「과학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두 친구에게도 물어 보았지만 바쁜지 답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이자 지적 활동의 교류자이기도 한 포항공대의 손탁일 선배께서 흔쾌히 내 부탁에 응해 주셨다. 아직 그 선배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모종의 참고할 수 있을만한 답안이 제공되는 것 같아서, 특히 물리학으로 정진하고 계시는 그 선배의 귀중한 답변이 제공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 나름대로의 정의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정의란 보통은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춘 주관적인 정의도 가능할 것이겠지만, 나는 어쨌거나 단어의 속성에 맞춘 정의를 채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선 「과학」에 대한 정의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과학(科學)

「명사」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넓은 뜻으로는 학(學)을 이르고, 좁은 뜻으로는 자연 과학을 이른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과학」이라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자연에 그 범위를 한정하는 체계적인 지식인 것이라는 것이다. 넓은 의미는 일반적인 용례상 우리가 사용하는 학문(學文)에 부합하는 것이며, 좁은 의미는 우리가 용례적으로 사용하는 과학이라는 용어에 합치된다. 그러나 일상적 용어가 이 사전적 정의의 좁은 뜻에 한정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나는 이러한 뜻을 넓은 의미까지 확장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모든 학문이 그 탐구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중학생들에게 이러한 차원의 설명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란 꽤 어려운 말이 될 것이므로, 그냥 간단한 수준에서 그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정의(Definition)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나는 좁은 뜻의 과학을 풀어 쓴 다음의 정의를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과학(科學)

자연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그런데 체계적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뜻인가? 체계적이라는 것은 기존의 지식에 기반하거나 혹은 자연에 대한 왜곡없는 관찰에 기원하며, 그 기반을 토대로 몇 가지 합리적인 방법들로 다음 지식들을 생성해내는 과학의 속성을 포함하고 있는 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과학의 방법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에서 출발하여 다음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흔히 과학적 탐구 방법 중의 하나라고 알려진 가설-검증법이 나는 그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연역법의 일종이기도 한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고 정리해볼 수 있다.

과학적 탐구 방법

1. 자연 현상을 관찰한다. 그러한 관찰이 자신이 알고 있던 바나 경험에 모순되는 것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의문을 제기한다. 보통 의문은 왜? 혹은 어떻게? 라는 의문사가 선행되어 완성되는 문장으로 기술된다.
2. 의문에 대한 답을 예상한다. (흔히 이 예상한 답을 가설이라고 부른다.)
3. 예상한 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관찰 과정(이것을 우리는 실험이라고 부른다)을 설계하고, 그것을 수행한다.
4. 관찰한 결과(실험 결과라고 부른다)와 예상한 답(가설)을 비교하여 예상한 답의 진위 여부를 가린다.
5. 예상한 답이 맞으면 그 결과를 확립하고(일반화), 그렇지 않으면 가설을 변경하여 다시 확인한다(가설 수정 및 재검증).

이상으로 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과학자」를 정의할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란 무엇인지 앞에서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과학자」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科學者)

자연의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을 구축하는 사람

그렇다면 이러한 과학자에게는 어떠한 특성이 요구되는가? 우선 그에게 주어진 임무란 체계적인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므로, 그 체계성에 필연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과학자는 지식을 체계적인 형태로 구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하므로 우선 과학자는 지식을 구축하는 방식인 과학적 탐구 방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번째로 과학자는 체계적 지식의 구축은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하므로,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지식이나 혹은 경험1에 기반하지 않은 생각의 산물은 보통은 상상력의 피조물이다. 과학자는 자연을 언어로 기술해야 하는 책무를 띠고 있으므로, 그의 사고란 과거의 경험과 관찰 결과, 지식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번째로 과학자는 끈기있는 태도, 즉 높은 과제집착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자연의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위해서는 매우 엄중한 검증 절차와 실험, 그리고 수많은 실패(가설이 맞지 않음)를 필연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탐구의 중단은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과학자에게 어울리는 덕목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상의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정의로부터 「과학자」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을 이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1.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2.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3. 끈기있는 태도, 즉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 과학고등학교는 어떤 곳인가?

이 강의에서 요구되는 것은 사실 과학고등학교의 입시와 과학고등학교의 생활에 관련된 측면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0번 과정을 통하여 그 이전에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정의부터 내렸으며, 마침내는 「과학자」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를 먼저 살펴보았다.

그러나 과학고등학교란 어떤 곳인가? 그곳의 교육목표란 바로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저마다 교육목표에는 몇 가지 수식언을 붙여 화려하게도 그 목적을 감싸두기는 하였어도 결국 궁극적인 목적이란, 자연을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토대로 자연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과학고등학교들의 목표인 것이다.

그러한 목표는 쉬운 것이 아니다. 우선 그런 자질을 배양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기존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또한 논리적인 추론 과정과 과학적 탐구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직접 이러한 과학적 탐구 방법을 활용하여 체계적 지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란 매우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과학고등학교의 속성에 대하여 학생들에게 장점과 단점을 명백하게 나열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이 진로를 설계하고자 할 때에는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을 통과하였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다녔던 경남과학고등학교를 기준으로 무엇이 좋았고 나빴는지를 회상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1.1. 장점

우선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과학자에게 필요한 수과학적 지식들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좋은 학업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 있다고 비교적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좀 문제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분위기가 해가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인문계열 평준화 고등학교들에 비하면 학업열이나 그러한 면학 분위기가 좋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단점 중 일부에 해당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면학 분위기의 조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아주 좋게 작용할 수 있다.

경남과학고등학교의 두 번째 장점은 검증된 능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포진되어 있어 의문에 대한 좋은 답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나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선생님들을 꽤 보아왔으며, 개중에는 박사 학위(생물학 박사, 유기화학 박사)를 가진 분이 두 분 계셨다. 그리고 이러한 선생님들께서는 최대 10년까지 근무하시면서 꽤 오랜 지도 경력을 갖추어오신 경우가 많아, 생활의 전반이나 진로와 관련해서도 꽤 괜찮은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세 번째로 경남과학고등학교의 또 다른 장점이란 아무래도 과학적 탐구 방법에 대하여 학생들이 배우고 이를 활용하여 각종 대회 등을 준비함으로써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달리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학고등학교에는 보통 R&E라는 활동을 한다. R&E란 Research & Education의 약어(約語)로서, 학생들이 조를 이루어 어떤 주제에 대하여 심화적인 탐구활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R&E라는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학생들이 일련의 어떤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학생들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한 후 실험을 진행하여 가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학적 탐구 방법을 연습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요약한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이러한 R&E는 경남과학전람회나 창의재단 R&E 공모전에 출품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며, 또한 고등학교 자소서 중에서 대교협 2번 항목(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배우고 느낀점을 중심으로 3가지 이하로 서술하시오)을 채우기 아주 좋은 내용들을 다수 생성해낸다.

1.2. 단점

첫 번째 경남과학고등학교의 단점이란 압도적인 학업 스트레스이다. 일반고의 경우와 비교할 수 있는 입장에 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 과정을 비교해보면 우선 일반고의 경우는 1년에 걸쳐 나가는 경우가 많은 수학 上/下의 진도를 1학기 만에 끝내고는, 수학 I, II의 내용을 1학년 2학기에 끝내버리며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모두를 2학년 1학기에 종결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즉, 고등학교 수학의 전체 내용을 1년 반 안에 끝내버리게 되는 죽여주는 진도 속도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물리학의 경우는 1학년때부터 대학 교재를 가지고 일반물리학 수준의 수업을, 화학의 경우도 대학 교재로 일반화학 수준의 수업을, 생물학의 경우도 대학 교재로 일반생물학 수준의 수업을, 지구과학의 경우도 대학 교재를 참고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므로, 수업의 난이도가 일반고의 경우에 비하여 상당히 높으며 또한 단기간에 배워야 할 것이 많은 편이라, 학업 스트레스는 단연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선행 학습의 영향이 많은 경남과학고등학교의 특성상, 초기 1학년 때에는 선행 학습을 그렇게 해 가지 않은 경우, 자신의 성적이 낮게 나왔을 때에 받는 충격이 상당한 편이기도 하다.

두 번째 단점이란 선행 학습의 영향을 꽤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일반고의 경우도 그러하겠지만, 그나마 지역 인문계열 일반고의 경우는 열심히 노력을 하면 등수를 꽤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알아왔는데,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경남과학고등학교의 등수는 어지간해서는 바꾸기 어려우며, 또한 선행 학습의 영향이 내신 성적에 영향을 꽤 미친다. 앞에서 다루었다시피, 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특성상 아주 많은 지식들을 단기간에 전달하게 되므로, 당연히 이를 처음 배우는 사람과 이전에 들어본 사람 사이의 간격은 아주 클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처음 배우는 사람의 경우는 당연히 익숙하지 않은 사람보다 불리한 경우가 많으므로, 내신 성적은 선행 학습을 한 경우 높게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은, 이러한 선행 학습에 의해 판가름된 내신 성적은 어지간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구성원들(즉, 경쟁자들) 대부분이 열심히 수학 활동을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매우 시간을 절약해가면서 공부를 해 나가지 않는 이상은 성적이 바뀌기 어렵다. (물론 이 부분을 노력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는 있다. 내가 그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 기회비용은 매우 비싼 편이다. 나의 경우는 인간관계를 날려먹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자리남게 되어버렸다.)

세 번째 단점이란 성적과 인간관계를 둘 다 챙기기는 압도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고의 경우는 그나마 좀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학고등학교에서는 앞서 말한 두 번째 단점으로 인하여 학업적 성취를 제대로 이루려면, 즉 성적 향상을 이루려면 매우 극심한 정도의 노력이 요구되므로, 따라서 인간관계에 투자할 시간은 자연스럽게 부족하게 된다. 물론 나는 경남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친구들을 많이 보았지만, 객관적으로 그럴 시간이 있는 친구들은 선행 학습을 아주 어릴 때부터 해왔거나, 아니면 성적이 하위권인 경우들이었다.

이것이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장점과 단점이다. 그러면 이제 나는 이러한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었으니, 이제 중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이 학교를 준비해야 하는지의 설명을 진행하는 서순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 중학교 차원에서 경남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경남과학고등학교는 「과학자」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에서 논의한 「과학자」의 정의와 그에게 필요한 능력을 생각해보면, 경남과학고등학교는 이러한 능력을 보이거나, 그러한 능력의 떡잎이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을 것이 아주 분명하다.

보통 우리가 어떤 학교에 지원하고자 할 때는 그 학교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해놓은 인재상을 보기 마련이므로, 우선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인재상을 먼저 살펴보는 편이 낫겠다.

2.1.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인재상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인재상. 출처: 경남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인재상을 보면 이름은 SMART & SMILE이라 하며 그럴 듯하게 붙여 놓았으나, 사실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과학자」의 역량을 지시한다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이 즈음에서 앞에서 살펴본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1.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2.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3. 끈기있는 태도, 즉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선 인재상의 과학 역량, 수학 역량, (자기주도) 학습능력, 동기, 흥미, 성실성 등은 모두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2번 항목, 즉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시하는 인재상이다. 그리고 인재상의 탐구 역량, 동기, 흥미 등, 성실성 모두는 능력의 1번 항목, 즉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하는 능력’을 지시하는 인재상이고, 과제집착력, 성실성은 능력의 3번 항목, 즉 ‘높은 과제집착력’을 지시하는 인재상이다. 나머지 남은 인재상의 경우는 보편적인 학생의 좋은 인성을 지시하는 인재상이므로 집중할 필요가 없다.

그러하므로 우리는 경남과학고등학교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재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남과학고등학교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란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정의됨을 알 수 있다. 그러하므로 이제는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인재상이 아닌, 앞선 논의에서 산출된 이 요구 능력에 집중하여, 중학교에서 도대체 어떻게 경남과학고등학교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앞서서, 우리는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입학 전형 절차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2.2.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입학 전형 절차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입학 전형 절차는 2022학년도 입학 전형 절차를 참고했을 때 다음과 같다.

경남과학고등학교 2022학년도 입학전형 절차. 출처: 경남과학고등학교 2021년 홍보 브로슈어

위의 도식에서도 파악할 수 있듯이,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전형 절차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서류평가, 둘째, 소집면담, 셋째. 면접평가. 이름 때문에 많은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바가 있어, 보다 간단한 단어로 이들 전형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류(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둘째. 면접, 셋째. 시험.

첫째 단계인 서류평가는 전형적인 서류 평가로, 중학생 지원자들이 제출한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의 3개의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이 3개의 서류는 모두 중학생 지원자들의 중학교 학교 생활을 기반으로 해야 하므로, 따라서 서류를 통해서 우선 지원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피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지원자들은 학교 생활에서 자신이 어떤 역량을 보였다는 것을 서류를 통하여 증빙해야만 한다. 그것이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첫 관문인 서류평가를 통과하면 두 번째 단계인 소집면담이라 쓰고 면접이라 읽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름이 이상하게 지어져서 그렇지, 그냥 불러다놓고 여러가지 제출한 서류에 대하여 묻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를테면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불꽃 반응 실험에 관하여 적혀져 있다면, 불꽃 반응 실험에 대한 다양한 제반적 지식, 이를테면 그 불꽃이 특정 색을 띠는 원리, 실험의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볼 수 있기도 하며, 그 이외 중학교 교육과정 이외의 지식이 적혀 있다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털릴 때까지 물어본다. 그래서인지 소집면담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의 대부분의 평은 망했다이며 나 또한 그러했다.

어찌저찌해서 두 번째 단계인 소집면담까지 통과한다면, 이제는 세 번째 절차인 면접평가 즉, 구술시험을 보게 된다. 예전에는 두 번째 단계인 소집면담에서 통과하면 그 우수자들은 우선선발하는 제도가 있었고 나 또한 그 제도의 수혜를 받았으나, 모종의 이유2로 그 제도가 폐지되어 이제는 전원이 모두 3단계 구술시험을 보게 되었다. 3단계 구술 시험이란 수학 및 과학, 인성 등에 관한 몇 가지 열린 형태의 질문을 던지고 각 질문에 관하여 약 20분 내외의 시간을 준 후, 그것에 관하여 구술로 답변하게 하는 것인데 열린 형태의 질문의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다.

2020학년도 경남과학고등학교 3차 면접평가 기출문항 일부. 출처: 경남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즉, 이러한 3번째 전형 단계에서는 다양한 지식과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질문들이 출제되므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평소에 답변하는 연습을 해 두면 물론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음부터 살펴볼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함양을 위해 평소부터 노력해왔다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쯤하여 다시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다시 살펴보고, 이제 각 능력의 함양과 그러한 함양을 위해 노력한 사실을 어떻게 경남과학고등학교에 보여줄 수 있을지를 앞서 살펴본 모든 내용들을 통해 고려해보도록 하자.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1.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2.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3. 끈기있는 태도, 즉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3. 「과학적 탐구 방법의 사용 능력」에 관련한 준비

우선 첫째 능력인 「과학적 탐구 방법의 사용 능력」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과학적 탐구 방법」의 사용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중학교에서의 활동으로 증명하는 방법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학교에서 일련의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학교 교육과정 내의 내용으로는 필연적으로 충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러한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한 탐구를 진행하며 이 능력의 발달에 노력하였다는 내용이 되어야 비로소 충분할 것이다. 그러하므로 중학교에서 우리가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준비를 위해 이 영역에서 할 일이란 바로 교육 과정 이외에도, 자신이 개인적으로 과학적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진행하여야 할 이러한 탐구란 어떤 주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여야 하는 것일까? 우선 가장 먼저 확실한 것은, 중학교의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으로 탐구를 진행하는 것은 가능은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일 것이다. 이를테면, 학원 등지에서 추천한 고등학교 주제로 나름의 탐구를 진행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탐구란 결국 앞서 살펴본 전형 절차의 2단계, 즉 소집면답에서 그러한 정황이 다 드러나게 된다. 스스로가 궁금해서 직접 진행한 탐구는 제반 지식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중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에 대한 면접관의 질문에 잘 대처한 답변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답할 수가 없기 때문이며 이것을 면접관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선생님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알려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앞서 살펴보았듯 그러한 선생님들은 죄다 실력이 있음을 인정받은 선생님들이며,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도 많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탐구란, 중학교 교육 과정의 내용 혹은 생활에서 기반하여 평소에 가진 의문을 「과학적 탐구 방법」을 토대로 풀어나가는 탐구를 진행하고, 그러한 과정에 대한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남기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서 소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한 탐구의 예시가 필요할 듯 하여, 나는 이 즈음에서 내가 2018년에 2019학년도 경남과학고등학교 입학 준비 당시의 중학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의 일부에서 사용한 두 개의 탐구 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우선 제시하여야 할 것 같다.

2019학년도 경남과고 입시 당시 실험 보고서 #1. 증산작용 실험의 실험 요약서
2019학년도 경남과고 입시 당시 실험 보고서 #2. 보드마카 용매 실험의 실험 요약서

위 두 탐구 방법과 같이, 과학적 탐구 과정을 통해 탐구한 실험을 자기주도적으로 나는 진행하였으며, 각각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였는데, 그 실험의 설계 과정에서는 내가 모르는 중학교 교육 과정 이외의 어떤 관심사적인 영역을 끌어오기도 했다. 그 실험을 수행하여 그 결과를 수치로 얻은 후, 이를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모두 담겨있는데, 나는 이 모든 실험 요약서를 서류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빙자료로 제출하였다.

그렇다면 다음 서순으로는 이러한 나의 실험 내용이 중학교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의 예시를 보여줄 차례일 것이다. 그 예시는 다음과 같다.

나의 중학교 생활기록부의 일부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의 상승 원동력에 의문을 가지고 ‘증산작용이 물의 상승 작용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워 장미와 철쭉을 대상으로 잎의 수, 환경조건(습도, 온도, 바람)에 따른 시험관 속 줄어든 물의 양을 측정한 결과 잎에서 증산작용이 일어나며,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의 상승 원동력이 증산작용임을 실험을 통해 확인함. … (중략) … ‘보드마카 자국을 잘 지우는 용매에 관한 탐구’라는 주제로 탐구과정을 수행하였으며, 특히 휴대폰의 앱을 이용하여 HSV의 변화량을 측정함.

나의 자기소개서의 일부

Q2. 중학교 재학 기간 중 수학, 과학 교과의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세요.

… 식물의 물 상승 원인에 대해 궁금하여 실험을 설계 및 수행해 원인이 증산 작용이라는 결론을 얻은 적도 있으며, 보드마카 얼룩을 효과적으로 지우는 용매를 확실히 규명하고자 다양한 용매의 효과를 측정해보기도 했습니다. 연구 활동을 통해 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으며 실험 설계, 분석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과 같이, 중학교 때에 진행한 탐구 활동의 내용을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에 나는 요약하여 적어두었다.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동일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에 주목하자. 제출되어 있는 서류에 반복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두 내용의 중복으로 인하여 해당 내용에 대한 신뢰도는 일반적으로 상승한다. 선생님이 관찰한 학생의 모습과 학생 자신의 진술이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므로, 1차 서류평가에서 제출하는 서류들에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탐구 활동에 관한 진술이 포함되어 있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단락을 요약하면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학교 차원에서 「과학자」의 제1능력인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선 중학교 교육 과정이나 생활에서 출발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탐구를 설계하고 수행해보고, 이러한 실험을 보고서 등으로 기록한 후 그 내용을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모두 넣으면 좋을 것이다.

2.4.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관련한 준비

다음으로 두 번째 능력인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의 습득」은 사실 중학교 학생의 기본적인 학업 소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학업 소양이란 우선 내신 성적이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하므로 우선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하는 학생은 내신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을 단순히 습득한 것만으로 그치는 것은 바람직한 「과학자」의 모습은 분명히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중학교 때 배운 지식 혹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진행한 학습 과정에서 자신이 배운 개념을 다른 개념과 어떻게 연관지어 학습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중학교 때 배운 지식 혹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진행한 학습 과정에서 스스로가 배운 개념을 다른 개념과 어떻게 연관지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하여, 나는 개인적인 예시를 다시 하나 들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이 예시는 다음에 다룰 「높은 과제집착력」에 대한 예시이기도 하지만, 우선 들자면 다음과 같다.

중학교 당시 유클리드 기하학원론(가)에 대한 증명 노트의 일부

나의 중학교 생활기록부의 일부

… ‘기하학원론(가)'(유클리드)를 읽고, 삼각형의 닮음 조건, 선 옮기기, 선 자르기, 각·직선의 이등분 등 기본적인 정리를 정의와 공리를 이용하여 증명해 봄으로써 논리적 사고력과 그 방법론에 대한 지식들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 내의 기하학 부분의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됨. …

나의 자기소개서의 일부

Q2. 중학교 재학 기간 중 수학, 과학 교과의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세요.

… 또한, 선생님께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설명하시면서 함께 언급하셨던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이 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유클리드 기하학원론 제1권을 바로 빌려서 공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명제들을 하나하나 직접 증명해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교과서에도 없고 접해보지도 못했던 논리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책을 참고하지도 않고 저 혼자만의 힘으로 명제를 증명할 수 있기에 이르렀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을 통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만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면서 제가 모르는 논리와 지식들을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위 두 기술 내용을 종합하면 어떤 결론이 얻어지는지를 생각해보자. 학교 수업 과정 중의 피타고라스 정리를 다루던 중 언급되었던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에 대하여 개인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찾아서, 스스로 기존의 자신의 지식과 공리, 정의, 명제들을 종합하여 증명을 진행하였다는 것이 위 내용의 종합으로 얻어지는 결론이다. 이처럼, 두 번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중학교 때 활동을 통하여 증빙할 수 있으며, 그러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에 둘다 기재하여 신뢰도를 높일 수도 있다.

한편, 위와 같은 모든 중학교 때의 활동 내용은 증빙자료가 필요한 경우 제시하기 위해서 기록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중학교 때 내가 진행하였던 유클리드 기하학원론 (가) 증명노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듯이, 반드시 보관해두어야 나중에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2.5. 「높은 과제집착력」에 관련한 준비

마지막으로 「높은 과제집착력」을 어떻게 중학교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보통 「끈기」라는 용어로도 표현되는 이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장 중학교 수준에서 바람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란 아무래도 어떤 탐구 활동을 진행하는 와중 부딪히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러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내 오랜 기간동안 탐구를 진행하였다는 진술이 될 것이다. 그러한 것을 어떻게 진행하며, 또한 어떻게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느냐가 다음 질문이 될 것인데, 여기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 2.4.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관련한 준비 단락에서 든 유클리드 기하학원론 증명노트의 예시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해당 내용에 대한 나의 자기소개서의 기술 내용이다.

나의 자기소개서의 일부

Q2. 중학교 재학 기간 중 수학, 과학 교과의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세요.

… 또한, 선생님께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설명하시면서 함께 언급하셨던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이 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유클리드 기하학원론 제1권을 바로 빌려서 공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명제들을 하나하나 직접 증명해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교과서에도 없고 접해보지도 못했던 논리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책을 참고하지도 않고 저 혼자만의 힘으로 명제를 증명할 수 있기에 이르렀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을 통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만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면서 제가 모르는 논리와 지식들을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위 진술의 내용을 입학사정관이라고 생각하고 고려해보면, 위 진술의 내용이란 곧 처음에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을 증명할 때에는 교과서에도 없고 접해보지도 못했던 논리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증명을 위해 노력하면서 결국은 익숙해지면서 책을 참고하지도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곧 지원자 본인이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높은 탐구열로 그 탐구 과정에 있었던 여러가지 논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높은 과제 집착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러한 탐구를 통해 스스로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이해될 수 있다.

결론(結論)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이번 강의준비록에서 기술하고자 했던 「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중학교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가?」에 관한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고 이제 말할 수 있다.

“과학고등학교를 중학교 차원에서 준비하는 방법은, 과학고등학교에서 요구하는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3가지를 중학교 차원에서의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러한 과정을 중학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의 서류 등에 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때,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3가지란 첫째, 과학적 탐구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음. 둘째, 기존의 지식 혹은 경험을 잘 습득할 수 있으며 이를 잘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음. 셋째,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짐 – 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의 내용을 모두 1차 전형, 즉 그러니까 입시 절차 중의 서류 전형에만 초점을 맞추어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나는 2차 및 3차 전형에 대하여 충분한 기술 없이 이상의 내용만으로 모든 내용을 닫고 이제 결론을 지으려 하는가? 사실, 2차 전형인 소집면담의 경우는 1차 전형에서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서 기반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답하는 과정이 전부이므로, 지원자가 충분히 자신의 생활과 실제 경험, 알고 있는 지식에 기반하여 1차 전형에서 서류를 제출한 경우 즉 위의 결론을 명확히 따른 뒤에 입시에 뛰어드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준비가 되어 있게 되는 것이므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 3차 전형인 구술 면접의 경우는, 위의 결론에서 제시한 3가지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중학교에서 제대로 노력한 경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 능력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괜찮게 치를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역시 논의의 필요가 없다.

나는 이 즈음에서 입시에 대한 전략을 입시 절차 위주가 아닌 인재상 위주로 눈을 돌릴 것을 다시 한 번 권장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입시 절차란 사실 그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잘 설계된 절차일 뿐이라서, 사실은 그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하여 노력을 끊임없이, 제대로 한다면 그 절차에 대하여 부담을 크게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나는 이렇게 하여 나의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기초로 한 「중학교 차원에서 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논의를 종결시키려고 한다. 이제 다음 서순은 서문에서 제시한 2, 3번 항목인 다음의 주제들에 관한 논의일 것이다. 2. 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편제되어 있으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3. 과학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로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러한 두 개 주제에 관한 논의를 다음 강연준비록에서 하기로 하고, 이상으로 나의 첫번째 강연준비록을 마치는 것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

+ 추가 (2021. 7. 18.)

포항공대의 손탁일 선배께서 오늘 과학의 정의와 과학자의 정의를 확립하여 알려주셨다. 그 소중한 정의를 이제 여기에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이 글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훌륭한 지적 멘토이자 지적 동반자이신 그 선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그 선배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옮겨 글을 맺는다.

과학(科學)

‘과학’ 은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는 규칙성을 찾아서 다른 자연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단순히 규칙성을 찾을 뿐만 아니라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조사하여 규칙성이 나타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나아가 그 규칙성이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인간의 직관을 수정하는 것도 과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科學者)

‘과학자’ 는 (1) 적용 범위가 넓은 규칙성을 찾는 일 (2) 최소한의 정보와 계산에서 최대한 많은 예측을 이끌어내는 일 (3) 규칙성을 정당화하고, 좋은 직관을 만들어서 전파하는 일 중 하나 이상에 지속적인 훈련을 통하여 전문적인 역량을 쌓고, 사회에 기여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과학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존재조차 확실치 않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더 좋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적 합의와 인간의 직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강조하는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다.

나는 과학을 미켈란젤로가 말한 조각에 비유한다.

“나는 다비드상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큰 돌덩이에서 다비드상이 아닌 부분을 제거했을 뿐이다.”
“나는 대리석 안에서 천사를 보았고, 그를 자유롭게 해줄 때까지 조각했다.”
“모든 돌 안에는 조각상이 있다. 그리고 조각가의 일이란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학자는 자연 (원석) 에 숨겨진 규칙성과 대칭성 (천사, 조각상) 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에게 과학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발견했다면 이제는 모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자연으로부터 조각해내는 조각가의 일도 과학자의 책임이자 존재 이유이다.

주석 및 참고문헌

  1. (커피사유 주) 이 경험은 자연에 대한 자신의 과거 경험 혹은 관찰을 포함한다.
  2. (커피사유 주) 최근 들어 우선선발해서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태도가 영 좋지 않다는 통계가 나와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