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준비록 #2.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강연준비록 #2.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21-07-10 0 By 커피사유

강연준비록(講演準備錄)은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개인적인 강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해두는 공간입니다.

서문(序文)

첫 번째 강연준비록을 쓴 뒤로 용남중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강의 설계에 참고가 되면 좋겠다고, 강연 대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통보하는 이메일이었는데, 참여 학생이 조금 더 늘어 8명으로 되었으며, 대부분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거나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과학고의 입시, 과학고의 교육 과정과 생활 및 진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했다.

따라서 나는 이 이메일의 내용에 따라 첫 번째 강연준비록의 마지막에 언급한 기술의 내용을 변경하여, 이 두 번째 강연준비록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다녔던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생활, 그리고 진로를 다루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압축된 요구를 다음 질문들로 분리시켰으며, 따라서 이번 강연준비록에서는 다음 각 질문들에 대하여 하나씩 답해보기로 하자.

  1.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떠한가?
  2.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3.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진로 현황은 어떠한가?
  4.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1.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떠한가?

우선 경남과학고등학교의 2021년도 홍보 브로슈어의 내용에 따르면,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은 다음과 같이 편제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경남과학고등학교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내가 알기로는 다른 일반 과학고등학교도 비슷한 형태의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다.

경남과학고등학교의 현행 교육편제 현황. 출처: 경남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우선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교육편제 현황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이야기하기 전에, 공식적인 자료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위에 제시한 현행 교육편제를 보면, 과학고등학교 답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이 수학 및 과학 관련 과목의 수학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문계열 과목은 적다. 또한 일반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는 선택 과목으로 배우거나 아예 배우지 않는 고급수학, 고급물리학 등의 과목이 쭉 나열되어 있으며, AP(대학과목 선이수 프로그램) 과목 또한 3학년 과정 중에 편제되어 있다. 그러나 3학년 과정에서는 과학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적으로 이수하게 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띠는 것이란 창의적 체험활동 Section의 우수대학탐방, 현장연구, 전람회 견학, 해외이공계 우수대학 탐방1, 해외학술교류2, R&E(과제연구), 그리고 영재학급 운영이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사실상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학고등학교만의 특색이며 핵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자료는 공식적인 자료일 뿐이니, 지금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교육편제 현황에 대하여 진술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우선 수학 및 과학 관련 과목의 수학에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사실, 위의 공식 브로슈어에 제시된 과목의 이름이란 사실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할 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과학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의 올바른 현황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너무 기므로, 수학과 과학 각 과목에 대하여 나누어 서술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1.1. 수학의 교육과정 편제

수학의 경우는 경남과학고등학교 기준으로는, 가장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1년 반 만에 일반 고등학교의 수학 과목 전체를 죄다 진도를 나간 뒤, 그 이후는 고등학교 수학의 복습 및 대학 수학 일부를 학습한다고 보면 된다. 수학은 학내(學內)에서 진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로 유명한데, 1학년 1학기에는 보통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는 1년 동안에 걸쳐 배우는 수학 上과 下를 1학기만에 진도를 나가버리며 1학년 2학기에는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 2학년 과정 중에 배우는 수학 I, II를 진도를 나가고, 미적분을 간략하게 다룬다. 그리고 마침내 2학년 1학기에는 인문계열 고등학교에서 선택적으로 수강하는 기하와 벡터(現 기하),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동시에 대략 1학기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 진도를 다 나가버리는 기염을 토한다. 그 이후에는 대학 수학의 내용을 조금 끌어온 「고급수학」 혹은 「심화수학」 등의 과목을 수강하면서 행렬 등에 대하여 배우게 된다고 보면 정리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하므로 수학의 경우는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선행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진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자명히 선행을 해서 관련 내용을 미리 연습을 제대로 하고 온 경우가 내신에서 성적을 잘 받기에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행을 잘 해오지 않았더라도 죽여주는 노력을 하면 어찌저찌 따라갈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아마 경남과학고등학교에 들어오는 경우 거의 대부분의 학습 시간은 수학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고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이상은 그 유명한 홍성대 씨의 「수학의 정석」 실력편을 푸는데 사용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그 책을 수업에 사용해버리니까 말이다.

1.2. 물리학의 교육과정 편제

물리학의 경우는 경남과학고등학교 기준으로는,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대학 일반물리학의 전 과정을 진도를 나간다고 보면 된다. 사실 과목이 공식 브로슈어 등재에서는 쭉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학기별로 이번 학기에는 고전역학과 진동, 다음 학기에는 열역학과 전자기학 일부 이런 식으로 범위를 나누어서 대학 일반물리학의 내용을 다룬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생님들께서 학습지를 제작하여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 교재는 대학 일반물리학 교재이다.3 그러니까, 아마도 공부를 할 때에는 자명하게도 대학일반물리학 교재의 연습문제를 풀고 있거나, 혹은 유명한 일반물리학 연습문제들을 모아놓은 서적인 「경북대학교 일반물리학 연습문제집」이나 「퍼펙트 물리」를 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 물리학의 내용이 너무 어렵다면, 아마도 고등학교 HIGHTOP 물리학 I, II의 내용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은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는, 대학 물리학이 논리 전개가 체계적이며 훨씬 익히기 쉽다.

1.3. 화학의 교육과정 편제

화학의 경우도 경남과학고등학교 기준으로,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대학 일반화학의 전 과정을 진도를 나간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는 그 어려운 유기화학을 포함해서. 역시 공식 브로슈어 등재에서 과목이 화학 II 등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역시 학기별로 대학일반화학 교재의 목차를 조금씩 나누어 이번 학기에는 화학의 기초와 화학양론, 다음 학기에는 화학평형과 기체 등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 공식 교재도 Zumdhal의 일반화학을 사용하고 있으며, 역시 이는 많은 대학에서 일반화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화학의 경우는 내신 시험 문제가 수능이나 혹은 모의고사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고, 권위 있는 화학 시험의 일부 문제들이 출제되는 경우도 있어 선생님들의 학습지가 추가 배부되게 된다. 따라서 화학의 공부를 할 때에도 자명하게 Zumdhal의 일반화학 연습문제를 풀기도 하겠지만4 수능형 문제들도 꽤 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고등학교 화학 I, II의 내용을 아예 보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고등학교 HIGHTOP 화학 I, II의 내용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1.4. 생물학의 교육과정 편제

생물학도 마찬가지이다. 경남과학고등학교 기준으로,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대학 생물학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전 생물학의 내용은 너무 방대해서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일부 대학 내용을 들고 와서 고등학교 생물 I, II 수준의 내용과 결합하여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식 브로슈어와는 역시 달리, 학기별로 특정 파트를 나누어 가르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조금씩 심화해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1학년 중에는 생명과학 I, II의 수준을 가르치지만, 2학년 1학기에는 그 내용들을 대학 서적, 이를테면 Campbell의 생명과학 등의 서적의 내용 일부를 들고 와서 연관지어 심화해서 배우는 편이다. 생물학을 전공으로 삼으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은 따라서 일반적으로 1학년 때부터 Campbell의 생명과학 등을 구비하여 책꽃이에 꽃아두고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은 이처럼 생명과학 I, II의 내용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1학년에서 2학년 1학기까지는 보통 내신 문제가 수능형 문제의 변형으로 자주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준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수능 기출이나 모의고사 기출을 푸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은 수능특강이나 자이스토리 등을 많이 쓴다. 그리고 또한 생명과학 I, II의 내용에 기초하므로 관련 서적 중에서는 HIGHTOP 생명과학 I, II (보통은 2009 개정교육과정, 경우에 따라서는 2015 개정도 동시 활용)을 줄곧 사용하는 편이다.

1.5. 지구과학의 교육과정 편제

지구과학의 경우는, 관련되어 있는 지식의 범위가 상당하여 어떤 표준적인 대학 서적이 없다. 따라서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대학의 각종 지구과학 관련 서적과 연계되어 있는 지구과학 I, II의 내용을 대학 내용을 일부 포함하여 배우게 된다. 이 역시 공식 브로슈어의 기재 내용과는 다르다. 보통 지구과학은 천문, 대기, 해양, 지질의 4개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보통 한 학기에 2개 정도의 부분을 다루게 되며, 다음 학년에는 이러한 내용을 심화하여 계속 배우게 된다. 참고하는 대학 서적의 예시로는 지구물리학을 다루는 지구시스템의 이해알기쉬운 지구 물리학 등이 있다. 지구과학의 경우 내신을 적당히 맞춰주려고 하는 경우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과 학습지를 잘 보고, 관련한 수능형 문제들을 수능특강이나 마더텅 등의 기출 등을 통하여 풀어보면 좋지만, 아예 정진하고자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대학 서적도 조금 살펴보면서 HIGHTOP 지구과학 I, II (2009)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하는 경우가 좋다.

이상에 걸쳐서 수학과 4대 과학 과목에 대한 교육과정 편람을 개인적 관점에서 기술해두었다. 그러나 다른 과목도 다루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정보과학, 국어, 사회(및 역사), 영어, 일본어 등에 대해서도 아주 간략하게 다루는 편이 낫겠다. AP 과목의 경우는 내가 조기졸업을 해 버린 탓에 관련 경험이 없으므로 기재할 수 없음을 나는 유념해야 한다.

1.6. 정보과학의 교육과정 편제

정보과학의 경우는 1학년과 3학년 때 C언어를 학습하게 된다. 보통은 C언어의 기초부터 출발하여 연산자, 변수, 함수를 다루고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을 다루는 수준에서 끝나게 되며, 내신 시험 문제의 경우는 보통 프로그램 코드를 주고 그 출력 결과를 선택하라는 결과와 어떤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코드의 일부를 완성하시오, 혹은 알고리즘에 따른 정렬 과정을 단계별로 쓰시오 등이 주어진다. 수업 시간에는 Judgeon이라는 자체 저지 사이트5를 이용하여 연습을 한다. 정보과학올림피아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아마도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업 시간에 잘 듣고 연습을 제대로 한다면 크게 어려움은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수학적 사고력이 정보과학에서는 요구되므로 수학을 잘하는 경우 유리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1.7. 국어 교육과정 편제

3년 내내 포함되어 있는 국어(3학년 때에는 ‘화법과 작문’이라 불림)의 경우는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다. 선생님이 국어 표준 교과 과정을 따라가기를 좋아하는 경우는 문법이나 시 등을 중점적으로 교과서에 따라 배우되 주로 학습지를 위주로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예 어떤 텍스트6를 가지고 발표, 글쓰기, 토론, 토의, 학습지 등의 다양한 교수법을 곁들인 수업을 하기도 한다. 국어의 시험 준비는 그냥 학습지와 했던 활동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1.8. 사회(및 역사) 교육과정 편제

사회의 경우는 1학년 때 통합사회, 2학년 때 한국사를 수강하게 되며 총 2년이 끝이다. 인문계열 고등학교와 달리 과학고 수준에서는 가벼운 내용을 위주로 다루며, 그렇게 핵심적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하므로 내신을 준비할 계획이라면 평소 수업을 잘 듣고 교과서를 잘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1.9. 영어 교육과정 편제

영어의 경우는 교과서를 따라 수업을 하지 않고, 보통은 영어 원문(주로 신문기사나 독해 연습집)을 해석하고 다양한 어휘를 익히는 정도의 수업을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이 어떤 원문의 해석을 담당하여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영어의 경우는 시험 기간에 외워야 하는 단어가 압도적인데, 개인적으로는 식사 시간과 기숙사의 취침 준비 시간을 이용하여 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 영어 독해 실력이 나쁘지 않고, 단어만 잘 외울 수 있다면 내신에는 큰 문제가 없는 과목으로 생각된다.

1.10. 일본어 교육과정 편제

일본어의 경우는 교과서를 따라 간단한 일본어 회화 정도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히고 쓰며, 간단한 회화나 단어를 기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신 문제도 출제되므로, 평소 수업을 잘 따라가고 교과서를 잘 익히면 문제가 없는 과목으로 생각된다.7

이렇게 해서 몇 개의 정규 교과 과목에 대한 기술을 완료했다. 그러나 아직 끝낼 수 없다. 왜냐하면 경남과고의 특성 프로그램들에 대한 기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에는 그 특성 프로그램들 중 국내우수대학탐방프로그램, 해외이공계 우수대학탐방, 영재학급, 현장연구, R&E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기술해야 할 듯 싶다.

1.11. 국내우수대학탐방프로그램

1학년 봄 즈음에 서울대학교, KAIST, POSTECH 등의 학교를 방문해서 입학설명회와 선배와의 간담회를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가볍게 생각하면 봄 소풍여행의 성격도 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입학설명회와 선배와의 간담회를 간단하게 가진다는 것의 이의가 더 중요한 듯 싶다. 선배와의 간담회에서는 선배들의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어떻게 공부했는지 등을 질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전면 취소되었으나, 온라인 선배와의 간담회가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1.12. 해외이공계 우수대학탐방

1학년 가을 즈음에 주로 미국 동부 혹은 서부를 방문해서 다양한 장소를 둘러보고 대학을 방문해서 선배와의 간담회를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수학여행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갔던 미국 동부 기준으로는 하버드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등을 방문하였으며 선배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 IBM 왓슨 연구소 등을 견학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면 취소되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이 종결된 이후 다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1.13. 영재학급

경남과학고등학교를 비롯한 대부분 과학고등학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영재학급에서 모든 R&E를 비롯한 연구 실적이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재학급이란 어떤 교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모인 단체라고 보면 적절한데, 보통 입학 초기에 영재학급 선발 혹은 배치 시험을 쳐서 어떤 영재학급에 들어가게 될지 결정하게 된다. 영재학급에서는 R&E, 현장연구 등을 관할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남수학과학페스티벌의 영재학급별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한다.

1.14. 현장연구

영재학급별로 1학년 1학기 중후반 즈음에 영재학급의 과목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주로 생물 영재학급의 경우는 갯벌을, 지구과학 영재학급의 경우는 태안반도의 채석강이나 적벽강 등을, 수학 및 물리학, 화학 영재학급의 경우는 관련 대학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현장연구의 주제에서 R&E의 연구 주제의 힌트나 출발점을 얻는 경우가 많으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첫 번째로 진행하는 연구라서 보고서를 쓰는 연습을 하기 매우 좋다.

1.15. R&E

R&E는 매 해마다 한 번씩 교내 R&E를 진행하게 되며, 주제는 학생이 선정하거나 선생님이 힌트를 준 것에서 시작하여 학생 스스로가 탐구 문제를 설정하고 실험을 설계하여 진행한 후,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모두 보고서로 작성하여 연말(보통 11월 즈음에 실시) 교내 R&E 발표 대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며, 교내 선생님들의 내부 심사와 외부 심사위원(대학 교수 및 외부 전문기관 연구원 분들)의 심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교내 R&E 발표 대회는 보통 2학년 때 발전시켜서 경남과학전람회나 창의재단 R&E 공모전에 출품하는 경우가 많다. R&E는 사실상 이러한 측면에서 연구 관련 수상 실적의 출발점이자, 과학적 탐구 방법 및 역량, 보고서 작성을 연습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중요하다.

이상으로 하여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간략한 주관적 견해를 도출하였다. 이제 다음으로는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하여 간략히 기술할 차례가 올 순서이다.

2.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우선 경남과학고등학교는 기숙형 학교라는 사실을 부언해두고 싶다. 기숙형 학교란, 기숙사가 달려 있어서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자고 씻으며,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상주하는 학교를 말한다. 이러한 기숙형 학교인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대략 다음과 같다.

경남과고인의 하루 (평범한 학기 중 기준)

06:20 기상 및 아침점호
07:10 아침합강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폐쇄)
07:45 아침합강 종료 및 아침식사
08:30 1교시 시작

(이후는 1교시당 50분, 쉬는시간 10분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12:30 4교시 종료, 점심 시간 시작
13:20 점심 시간 종료, 5교시 시작

16:20 7교시 종료
16:30 8, 9교시 블록 타임 수업 시작
17:50 8, 9교시 블록 타임 수업 종료, 저녁 시간 시작
19:00 야간 1차시 자습 시작
20:20 야간 1차시 자습 종료
20:30 야간 2차시 자습 시작
21:50 야간 2차시 자습 종료, 간식 시간 시작
22:20 야간 3차시 자습 시작
(익일) 00:00 야간 3차시 자습 종료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약 30분 일찍 야간 3차시를 종료하고 있음)
00:30 야간 점호 및 취침

방학이나 공휴일의 경우는 오후 교시가 없고 보통 오전 보충 수업만을 똑같은 시간표로 진행하며, 점심시간이 14:00 까지이다. 토요일의 경우는 평소 시간표와 동일하나 오전 수업만이 있고 오후는 전부 자습 시간을 준다. 일요일의 경우는 오전에는 점심시간 종료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지며, 오후 일체는 모두 자습 시간이 주어진다.

위 시간표의 내용에서 대략 짐작을 할 수 있겠지만, 진짜 공부 및 대입 준비만을 위해서 생활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시간표이다.

방학의 경우에는 주로 ‘진짜 방학’이라 불리우는 실제 방학 주간은 짧으면 1주에서 길면 2주가 주어지며, 대부분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진행되므로 사실상 방학까지 공부를 하게 된다.

신입생의 경우는 3월 입학 전 1, 2월에 각각 1번씩 총 2번의 브릿지 교육을 해서 사실상 위의 시간표에 적응하는 훈련(?)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한다.

3.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진로 현황은 어떠한가?

경남과학고등학교 2021년도 홍보 브로슈어에 기재된 진로 현황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창원과학고등학교와 비슷해지고 있는 추세라서 내부 긴장이 좀 있는 듯 하다. 경남과학고등학교와 창원과학고등학교는 서로를 비교하는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측면이 좀 있다.

2021학년도, 2020학년도, 2019학년도 경남과학고등학교의 입시 결과. 출처: 경남과학고등학교 홈페이지

참고로 위 결과는 합격자 통계임에 유념하도록 하자. 실제 내가 재학중인 서울대학교는 15명이 합격하였으나 실제 진학한 학생은 6명 내외 정도이다.

4.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나는 이러한 기술에 대하여 일전에 조금 성질이 난 상태에서 한 편의 글을 써 놓기는 했다. 글의 이름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금년 1월 27일에 쓴 사유 #11. 경남과학고등학교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가 이 부분에 대한 측면들을, 경남과학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을 전제로 하여 적어내려가고 있으니 이 부분을 참고에 달아두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결론(結論)

이상으로 나는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과 생활,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질문들에 대하여 답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나의 견해는, 경남과학고등학교의 공식 브로슈어에 적혀 있는 교육과정은 실제의 것과는 너무 거리가 먼, 서류 상의 교육과정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 고등학교의 폐단이기도 해서 이걸 내가 뭐라고 말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누군가에게는 적어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바를 정확히 기술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는 것일 것이다.

이렇게 하여 나는 용남중학교의 강연에서 언급할 경남과학고등학교 입시와 생활, 진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준비했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는 불행하게도 용남고등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한 준비가 남아 있다. 따라서 나는 이 다음 강연준비록에서는 용남고등학교에서의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볼까 하며 이 글을 마친다.

덧붙임 (2021. 7. 14.)

지난 12일에 진행했던 사천용남중학교에서의 강연 파일을 덧붙여 공개해둔다.

주석 및 참고문헌

  1. (커피사유 주) ‘해외이공계 우수대학 탐방’이라고 쓰고 ‘수학여행’이라 읽는다.
  2. (커피사유 주) 주로 일본의 모 고등학교와 영어 학술 교류를 진행한다. 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어 선택 교과 과목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3. (커피사유 주) 보통 Serway 혹은 Haliday 버전을 많이 사용한다. 참고로, 서울대학교 교양 일반물리학 강좌의 공식 교재는 Haliday 영문 11판이다.
  4. (커피사유 주) 어떤 선생님들은 아예 이 연습문제를 숙제로 내 주기도 하셨다.
  5. (커피사유 주) 다양한 정보 문제들을 제시해두고, 그 정보 문제들을 해결하는 코드를 제출받아서 그 코드가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판별해주는 웹 프로그램 혹은 서비스를 일컫는다.
  6. (커피사유 주) 인문학적인 ‘텍스트’는 글 형태의 작품(책, 소설, 수필 등), 신문 기사, 영화 등을 모두 통칭하는 말이다.
  7. (커피사유 주) 나는 히라가나 50음도를 쓸 때 행 순서를 바꿔서 제대로 고생을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