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준비록 #5. 해양 생물의 딜레마 (The Dilemma of Ocean Organisms)

강연준비록 #5. 해양 생물의 딜레마 (The Dilemma of Ocean Organisms)

2021-07-18 0 By 커피사유

강연준비록(講演準備錄)은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개인적인 강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해두는 공간입니다.

서문(序文)

이제는 용남고등학교와 용남중학교에 이어, 나의 모교인 문산중학교에서의 강연이 19일에 예정되어 있다. 지난 12일에 있었던 약 6시간 30분의 대장정에 이어, 나는 2시간 30분 동안 예정되어 있는 다음 강연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원래 모교에 제출한 기획서대로 진행이 되면 참 좋았을 것을, 모종의 이유로 원래 3시간 정도 계획하고 있던 강연이 중학생들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2시간 30분으로 축소되고, 또한 강연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중시하는 나 자신의 특성상, 당초 기획서에서 나는 강연의 주제를 크게 선회하여 원래는 서울대학교나 과학고등학교 등을 소개하고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공부 방법의 차이 등을 소개하려고 하였으나, 대학교나 고등학교의 소개 등은 개론적인 부분이야 인터넷에 정보가 널려있다는 점, 따라서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부분이라고는 개인적인 경험들 뿐인데 그것들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어 나는 대학교나 고등학교의 설명은 포기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차라리 그 시간에 용남중학교와 용남고등학교에서도 동일하게 제시한 바가 있었던 「과학이란?」이라는 질문과 그에 이어지는 후속 질문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란?」이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는 그 이야기를 약 30분 정도 처음 진행한 후에, 그러한 능력을 활용해보는 방법의 일환으로서 중학교의 고전적인 과학 수업 방식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수업을 해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 후에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공부 방법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의 경험1을 토대로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하면, 「과학과 과학자」라는 전체의 범위 내에서의 2시간 30분 동안 훌륭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강연을 완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마침내는 도달하게 되었다.

첫 번째 강연에 해당하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강연준비록 #1, 강연준비록 #4와 조금 전에 내가 정리한 Chalkboard의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통하여 충분히 정리해두었으므로, 남은 두 개의 강연을 정리해둘 필요가 제기된다. 그러나 마지막 강연에 해당하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란 용남중학교에서의 강연을 다룬 강연준비록 #1에서 과학고등학교를 어떻게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한 바가 있었는데, 사실 이것이 바로 그 해답이므로 따로 정리해둘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강연준비록에서는 남은 두 개의 강연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해양 생물의 딜레마 (The Dilemma of Ocean Organisms)」만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0. 강연 「해양 생물의 딜레마 (The Dilemma of Ocean Organisms)」의 착안점

사실 모교에 제출한 바 있었던 봉사활동 기획서를 쓰던 당시에도 이 강연에 대한 계획은 분명히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내 나름대로 어떤 과학 수업을 진행해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중학생의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과학 수업의 주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떠오른 주제 중 하나인 이 「해양 생물의 딜레마」는 일단 중학교 교육 과정 중에 해수의 수온 등에 따른 연직 구조에 관한 내용을 배우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나는 그 기획서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지구환경과학부의 학부 1학년 과정의 강의 중에서 서울대학교 나한나 교수님의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분의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교수님께서 강좌에서 의도하셨던 부분 중 하나는, 「해양 생물」의 생존에 대하여, 해양의 연직 구조에 따른 물리량의 분포 등을 알려주어 학생들에게 모순에 봉착하게 하고, 그 이후에 그를 해소할 수 있는 해양의 연직 혼합 작용이나 유기 물질의 침강 등을 제시함으로써 모순의 해결을 경험하는, 그리하여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의문에 대하여 나름의 예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단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나도 이것을 한 번 응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강연에서는 서울대학교 나한나 교수님의 2021학년도 1학기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문의 강좌 내용을 부득이 다수 인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진 자료도 조금 가져가다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것 모두 외국 서적 등에 기재되어 엄연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연구 및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 할 것임을 유의하면서 말이다.

1. 해양(海洋), 다양한 생물의 보고

해양(海洋). 흔히 우리말로는 바다라고 칭하는 곳. 지구 전체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지구의 한 구성 요소인, 사실 그렇기 때문에 지구(地球)라는 말보다는 수구(水球)라는 말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을 칭해야 할 것만 같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 권역은, 그 규모도 어마무시할 뿐더러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압도적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 미치는 그 압도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기 전에, 해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해양, 즉 바다는 얼마나 큰가? 제시할 마땅한 수치가 없는 우리들은 지금에서는 매우, 압도적으로 등등의 수식언을 사용하여 그저 정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식언에 따라 사람들이 상상하는 규모란 제각각이기 나름이므로, 아무래도 바다의 규모에 관하여 간단한 수치와 몇 가지 비유를 이 즈음에서 곁들이는 편이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전 해양의 면적2을 계산해보면 $361,934,000 km^2$라는 압도적인 면적이 나온다. 이는 지구 총 면적의 약 71% 정도를 차지하는 면적인데, 일상생활에서의 어떤 공간의 면적을 기준으로 하면 조금 더 감이 올 것이므로, 과학실의 대략적 면적인 $100 m^2$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바다 전체의 면적에 과학실 $3.62 \times 10^12$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학적인 표기법에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하여, 약 3.62조 개의 과학실이 바다 전체의 면적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면 대략 감이 올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해양 전체의 부피를 보면, 전 해양의 부피는 약 $1,334,840,900 km^3$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실을 앞에서 예로 들었으므로 이번에도 예로 들어서, 과학실의 면적이 $100 m^2$이라 가정하고 그 높이가 편의를 위하여 $2.5 m$라고 가정한다면, 과학실의 부피는 $(100 m^2)(2.5 m) = 250 m^3$이 되는데, 이 경우 전 해양에는 과학실이 총 $5.34 \times 10^{15}$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시 과학적인 표기법에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는 학생들을 배려하자면, 약 5.34천조 개의 과학실이 바다 전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잘 알려지기는 한 사실이지만 바다의 최대 깊이가 지상의 최고 높이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해양의 압도적 규모를 더더욱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지질 조사에 의하면, 지상의 최고 높이는 에베레스트 산맥에서 측정된 $8,849 m$이다. 그러나 태평양 중에서 가장 깊은 해구로 알려져 있는 마리아나 해구의 경우는 그 최저 깊이는 $10,911 m$에 달할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들의 고도가 약 $10 km$ 즉, $10,000 m$임을 고려해보면 심지어 이들 항공기의 고도보다도 더 깊은 최대 깊이의 규모를 가지는 것이 해양이라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러한 해양에 대한 압도적 규모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다음으로 해양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선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에 따르면, 광합성에 의한 대기 산소 공급량의 50%는 해양에서의 식물성 플랑크톤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둘째로, 전 세계 인구의 약 44%는 해안으로부터 약 150km 안에 살고 있고, 셋째로 전 세계 무역의 약 90%는 해상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 넷째로 지구온난화에 의한 열의 약 90%는 해수에 의하여 흡수되어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이러한 해양은 너무 방대해서, 여전히 해양의 약 95%는 탐험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해양의 아직 탐험하지 못한 공간들을 탐험하고자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몇 가지 특이한 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고기나 가재 등과 같은 상식 안에서의 해양 생물과는 거리가 먼, 그러한 특이한 생물들을. 특히 해저 약광층(Ocean Twilight Zone)이라 불리는, 해저 200 ~ 1000m 부근대에는 많은 생명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생물들도 수백 ~ 수천년에 걸쳐 대기 중으로부터 이산화탄소 기체의 제거에 기여하는 등, 지구 시스템의 유지와 지속에 있어 막대한 기능을 하고 있다.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에서 제공하는, 해저 약광층에 대한 간략한 영상이 이를 짧게 설명해주면서 여러 해양 생물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해저 약광층에 대한 짧은 설명 동영상

그런데, 이쯤하여 드는 의문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해양의 다양한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그 많은, 이러한 생명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방대한 바다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2. 모순의 시작: 해양의 연직 물리량 분포, 그리고 해양 생물

해양 생물의 생존에 관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우리는 몇 가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첫째는 해양의 연직 물리량 분포인데, 일반적으로 중학교 때에 우리는 해양의 깊이에 따른 수온, 광량 등의 물리량 분포를 배우게 된다.

해양의 깊이에 따른 물리량 분포 (해양의 연직 물리량 분포) – 출처: 서울대학교 2021학년도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문 강의자료, 나한나 교수님.

위 그래프는 전 해양의 평균적인 깊이에 따른 물리량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간단하게 떠올려보자. 중위도 지역을 기준으로, 우선 수온의 경우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열을 복사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태양복사선속의 도달량이 줄어드므로 낮아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물은 그 특성상 섭씨 0 ~ 4도 사이에서는 그 밀도가 감소하므로 오히려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위로 뜨는데, 이는 해수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어 어는 점 근처의 해수는 밀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해수온은 0도에 도달하지는 않고 섭씨 0도 이상의 어떤 온도에 계속 근접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표층에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해수 위로 불면 해수는 뒤섞이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수면 근처의 물들이 뒤섞여 그 수온이 거의 일정한 혼합층이 만들어진다. 이 혼합층 밑으로는 태양광의 도달이 적어짐에 따라 수온이 급격히 하강하는 수온 약층이 나타나며, 그 이후로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아 거의 낮은 온도를 항시 유지하는 심해층이 있다.

그런데 깊이에 따라 그 분포가 달라지는 물리량은 비단 수온만은 아니다. 광량도 그러하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통과해야 하는 물의 깊이가 증가하고 바닷물은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으므로3 도달 광량은 감소하는 분포를 보인다.4

그러나 수온과 광량이 깊이에 따라 변하는 해양의 물리량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염분, 밀도, 영양염류, 용존 산소 농도 또한 깊이에 따라 변하는 해양의 대표적인 물리량이다. 해양에는 심층순환과 표층순환의 두 가지 순환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표층에서 극지방 등에 도달하여 차가워진 해수는 일반적으로 아래로 하강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이 얼면서 빠져나온 염분 등을 담아 침강하므로 그 하강한 심층수, 즉 심층 순환에서 흐르는 해수는 염분과 밀도가 높다. 표층의 경우는 그 반대이므로, 표층수, 즉 표층 순환에서 흐르는 해수는 염분과 밀도가 낮은 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영양 염류, 즉 해양 생물들이 생명 활동에 사용하는 무기물들은 그 농도가 염분을 따라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용존 산소의 경우는, 표층과 아주 심층에서만 높으며 중간층에서는 낮은 농도의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그런데 이러한 해양 물리량의 연직 분포를 지금부터 살펴볼 해양 생물의 다양한 특징들과 함께 생각하면 몇 가지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앞서, 지금은 해양 생물의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해양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종속 영양 세균(Bacteria), 세균을 섭취하는 단세포진핵종속영양생물(Bacterivores), 그리고 다시 이들을 잡아먹는 크릴, 가재 등의 여러 생물들, 고기들, 해파리들, 고래들 등등… 그러나 해양 생태계에서 만약 이러한 포식자들만 존재한다면, 즉 다른 생물들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들만이 있다면 이러한 생태계는 필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해양 생태계는 붕괴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태양광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전환시켜 다른 생물들에게 먹히는 존재, 즉 생산자가 해양 생태계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양 생태계의 생산자는 몇 가지 예외적인 종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 불리는 운동성이 없는 단세포 원핵생물들이다. 이들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5 ~ 15 마이크로 미터의 길이를 가지는 이들 식물성 플랑크톤은 남조류, 착편모충류, 와편모충류, 규조류 등과 같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2가지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이 가능한 생산자의 기능을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이들은 끊임없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가 이제 조금씩 우리의 난관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열어서는 안 될 문을 열고 있다. 이들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체로 그 부피에 비하여 안에 든 것은 많아서 질량이 크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주변 해수보다도 밀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식물성 플랑크톤은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게 되는데, 문제점은 이들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운동성이 없다는 것, 즉 편모 등과 같이 이 가라앉는 것에 대항하여 수면 위로 다시 박차고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되느냐면 계속 빛이 부족한 아래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자신의 생명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빛이 공급되지 못해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해양 생태계에서는 사실상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아남을 수 없게 되고, 이들 생산자를 포식하는 생물들도 죽고 또 그 생물들을 포식하는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해양 생태계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종류,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생물량의 규모를 자랑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식물성 플랑크톤이 모종의 이유로 해수면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광합성에는 빛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광합성에 필요한 무기 염류도 요구된다. 그런데 표층에는 무기 염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수심이 깊은 곳에는 무기 염류가 많지만 빛이 부족하고 게다가 너무 수온이 낮다. 수심이 얕은 곳에는 빛은 풍부하고 수온은 적절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무기 염류가 부족하다.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 그 어디에도 해양 생태계의 생산자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아남기 적절한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 그런데 해양 생태계는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3. 모순의 해결: 연직 혼합 작용

이러한 모순이 해결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설명될 수 있는 기작이 있어야 한다.

첫째. 식물성 플랑크톤이 침강에 맞서 상승할 수 있는 어떤 해수의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 즉, 해수의 연직 순환 중에서도, 침강이 아닌 상승에 해당하는 어떤 연직적인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식물성 플랑크톤은 계속해서 주변 해수보다 높은 자신의 밀도 덕분에 계속 침강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빛의 부족으로 죽음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영양 염류를 뒤섞어줄 수 있는 어떤 해수의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 즉, 해수의 연직 순환이 존재하여 영양 염류를 아래에서 위로 공급할 수 있는 어떤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수의 연직 순환 중에서 상승에 해당하는 어떤 연직적인 흐름이 이것에 상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작이 바로 해양에서의 용승(Upwelling)이다. 용승이란 일반적으로 위로 상승하는 해수의 흐름을 지시하는데, 적도 용승, 연안 용승 등이 있다. 용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크만 수송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코리올리 힘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코리올리 힘부터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코리올리 힘이란 가속 좌표계, 즉 가속 운동하고 있는 좌표계에 있는 관찰자가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하는 가상의 힘인 관성력의 일종으로써, 회전하는 가속 좌표계의 내부 관찰자가 도입하는 가상의 힘이다. 일반적으로 코리올리 힘의 경우는 그 작용 방향이 북반구에서는 물체의 속도에 우향 직각으로, 남반구에서는 물체의 속도에 좌향 직각으로 작용한다. 또한 코리올리 힘의 크기는 그 물체의 속력에 비례한다. 코리올리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전하는 원반에서 공을 던지는 실험의 영상이 제격이니 달아 두기로 하자.

National Geographic – 착시 효과의 과학

이제 어떤 잔잔한 북반구 해양에 바람이 부는 경우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바람은 그 밑에 있는 해양과 마찰을 일으켜서 해수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처음에는 가속시키게 된다. 그러나 가속시켜서 속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 속력에 비례하는 코리올리힘의 작용으로 인해 해수 분자는 우향으로 그 운동 방향이 편향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표층의 해수 분자는 결국 바람이 부는 방향의 우측으로 운동하게 될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북반구 기준, 바람이 부는 방향에서 우향으로 약 45도 편향된 방향으로 표층 해수가 흐르게 된다.

에크만 수송, 에크만 층, 마찰 저항 심도 – 출처: 서울대학교 2021학년도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문 강의자료, 나한나 교수님.

그런데 흐르는 것은 표층 해수만은 아니다. 표층 해수가 움직이게 되면, 그 밑의 층의 해수와 표층의 해수 사이에도 마찰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밑의 해수도 움직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밑층의 해수가 속력을 가지게 되면 코리올리 힘에 의해 우측으로 편향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깊이를 따라 내려가면서 반복된다. 다만 깊이를 내려감에 따라 마찰력에 의한 가속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점차 유속이 줄어든다. 마침내는 바람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물이 흐르는 깊이에 도달하는데, 이를 해양학에서는 마찰 저항 심도라고 하며, 바람의 영향으로 운동한 표층에서부터 마찰 저항 심도에 이르는 해수층을 에크만 층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에크만 층에 속하는 모든 층의 해수 입자들의 운동을 평균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해수는 평균적으로 북반구에서 바람 방향의 우향 직각으로 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에크만 수송이라고 한다. 즉, 에크만 수송은 바람에 의한 해수의 운송이라고 궁극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용승(Upwelling)을 마침내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그 첫번째 순서로 연안 용승(Coastal Upwelling)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연안 용승 (Coastal Upwelling) – 출처: 서울대학교 2021학년도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문 강의자료, 나한나 교수님.

예를 들어 위 그림 중 작은 그림처럼,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북풍, 즉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북반구에 있으므로, 북풍이 불면 에크만 수송은 북풍의 우향 직각 방향인 서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서해에서 서쪽 방향으로의 이동이란 연안에 있던 해수들이 곧 먼 바다로 빠져나간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렇다면 연안에 있던 해수들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를 채워줄 해수들이 필요한데, 표층의 해수들이란 에크만 수송에 의해 실려가는 중이므로 채울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밑에 있는 해수들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깊은 곳에 있던 심층수들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상승 연직 흐름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연안 용승 (Coastal Upwelling)이다.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동해안 등의 경우는 남풍이 불었을 때에 에크만 수송이 동쪽으로 발생하므로 연안 용승이 일어날 수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두번째 순서로 적도 용승 (Equatorial Upwelling)을 살펴보도록 하자.

적도 용승 (Equatorial Upwelling) – 출처: 서울대학교 2021학년도 「지구환경과학」 해양 부문 강의자료, 나한나 교수님.

적도 용승(Equatorial Upwelling)이란 적도 근방에서 발생하는 용승, 즉 해수의 연직 상승 운동이다. 보통 적도 근처에서는 동에서 서로 부는, 즉 동풍인 무역풍이 분다. 위의 그림과 같이 적도 해수 표층 위에 무역풍이 불면, 북반구와 남반구는 각각 우향 직각, 좌향 직각 방향으로 에크만 수송이 정 반대로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북반구의 경우는 북쪽으로, 남반구의 경우는 남쪽으로 에크만 수송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적도 가운데의 표층 해수가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연안 용승과 마찬가지로, 주변 해수는 에크만 수송으로 실려나가고 있는 중이므로 결국 아래에 위치하던, 깊은 곳에 위치하던 심층수가 다시 상승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적도 용승인 것이다.

용승의 존재로 인하여 앞서 제시했던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용승은 깊은 곳에서 표층으로 해수를 밀어 올려 이동시키는 강한 흐름이므로, 첫째로 침강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밀어올릴 수 있는 충분히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물론 용승 이외에도 혼합층을 만들어내는 바람의 표층 혼합 작용도 하나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용승이 절대적인 표층의 빛이 잘 드는 곳의 식물성 플랑크톤의 침강을 막는데 있어 크게 기여한다. 한편 용승은 둘째로 깊은 곳에 고농도로 분포하는 영양 염류, 즉 무기물들을 상대적으로 이들이 부족한 표층으로 운송시켜,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광합성을 할 수 있는데 필요한 충분한 영양 염류를 제공하는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용승은 이와는 반대 작용을 일으키는 해수의 침강이나 해양 생물의 침강에 반하여6 표층에 영양 염류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결론(結論)

이상으로 하여 「해양 생물의 딜레마」에 대한 강연 내용을 모두 정리했다. 결과적으로는 해양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해양 생물 중 그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의 기초가 되는 생산자에 해당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서식 환경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양의 평균 연직 물리량 분포에 의하면 어디에서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모순을 제기했다. 그러나 뒤에서는 용승이라는 연직 혼합 작용의 존재로 이러한 해양 생물에 관한 딜레마가 해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강연의 목적은 단순히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를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하며, 문제 상황에 대하여 나름의 예상을 세우고 그것에 대하여 합당한 근거를 들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것이 우리가 학문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학문을 부분부분 공부해나가다 보면 어떤 문제점이나 모순점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점과 문제점을 파고드는 파고드기식 학습법이야말로 과학자를 위한 최적의 공부법이라는 것을 나는 2시간 30분에 걸쳐 전달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 뒤에 이어지는 후속 강의, 즉 중학교 및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의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진정한 과학(科學)을 위한 공부법을 나는 정리하고 또한 명확하게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강의는 전체 흐름이 있어야 하며, 모든 것은 수미상관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나의 강연의 미학(美學)이며, 나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주석 및 참고문헌

  1. (커피사유 주) 사실 별 차이가 없다. 모든 학문을 위한 공부 방법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 다만 당장에 성적이 급한 경우에 대한 방법은 있겠지만, 배워야 할 지식의 양이 늘고 살펴봐야 할 개념의 모호성이 상승할수록 정석적인 방법으로 가지 않으면 별로 좋은 효과를 못 본다. 나는 그것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궁극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2. (커피사유 주) 정확히는 모든 해양 지각의 면적이다.
  3. (커피사유 주) 정확히는 바닷물을 구성하는 물 분자 등의 다양한 물질들이 그 고유 진동수에 상응하는 가시광선을 흡수해버린다.
  4. (커피사유 주) 광량은 수심에 따라 지수적으로 감소하는데, 이는 비어의 법칙(Beer’s Law)에 따르는 것이다.
  5. (커피사유 주) 정확하게 이러한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표층에서는 대기와의 기체 교환으로 산소가 공급될 수 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산소를 소비하여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의 작용으로 인하여 산소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생물들의 분해 작용은 유기물들이 모두 분해되는 경우 정지하게 되고 따라서 산소의 소비는 멈추게 되는데, 이 때문에 중간 깊이 정도에 산소 농도의 최저점이 생성되며 다시 표층에서 심층으로 하강하는 해수에 의한 산소 공급, 저온 해수에서의 기체 최대 용해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심층에서는 다시 산소 농도가 회복된다.
  6. (커피사유 주) 해양 생물은 죽는 경우 일반적으로 그 밀도가 주변 해수보다 높아 꽤 오랫동안 가라앉게 된다. 그런데 해양 생물의 신체는 사실 여러 유기물과 무기물의 혼합체이다. 따라서 이들이 침강하여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심층수의 경우는 무기물의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영양 염류의 고농도 분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