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5. 헌법이 말하는 코로나 소급 입법: 틀렸다

사유 #5. 헌법이 말하는 코로나 소급 입법: 틀렸다

2020-08-22 0 By 커피사유

사유(思惟)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일상 속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에세이를 연재하는 공간이자, 커피, 사유(思惟)의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JTBC 뉴스룸 –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전광훈에 ‘수백억 청구서’ 가나

최근 들어 다시 코로나 19가 유행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도 대회 때문에 대전까지 올라가려고 했지만 광화문 집회 이후로 전국적으로 다시 퍼져나가는 흐름을 타 대전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여 결국 서면심사를 선택하고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뉴스를 보니 어제 JTBC 뉴스룸에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전광훈에 ‘수백억 청구서’ 가나”는 제목으로 보도가 한 개 있던데, 듣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용은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다. 코로나 확진자 1명을 치료하는데는 약 470만 원 가량이 드는데, 치료비용이 너무 커서 이러한 비용을 확산에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지불을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구상권 청구가 아닌 이 금액의 2~3배 정도를 받아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방역 조사 방해 시에 물리며, 다음달 정기 국회에 통과시키겠단다. 그리고 이 법안에는 소급 적용 조항을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광화문 코로나 19 전파 사태에 대하여 방역 조사 결과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에 수백억의 배상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인데, 이런 점에서는 솔직하게 필자도 통쾌하긴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필자의 의견은 필자의 감정과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19에 의한 경제적 손해를 분노로 승화시켜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은 결국 사회가 개인이나 다른 집단에 가하는 폭력이다. 그러한 폭력을 새롭게 제정하겠다는 것이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인데, 이들의 주장은 더더욱 ‘소급 적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률 용어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서 ‘소급 적용’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하겠다. 한자로 소급을 보면,

遡及
거스를 소 / 미칠 급

인데, 이는 ‘과거로 되돌려 미치게 한다’ 정도의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법률에서 말하는 소급 적용이란,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 현재의 법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쯤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한 구절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소급입법금지’로 알려진 헌법 제13조의 내용이다.

헌법 제13조
①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②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③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소급입법급지’라 함은, 그 당시에는 죄가 되지 않는 어떤 행위로 인하여, 후일 어떤 권력자가 법률을 제정하여 그 사람에게 죄를 만드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법률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가능했겠는가?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이 권력자를 비판했다고 하더라도 권력자들이 그것이 눈에 하도 걸리니까 이들에게 관련 법률을 만들어서 소급 적용하여 이들을 그들 말로는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주장에 대한 맹점은 여기에 있다. 이들의 소급 입법의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소급입법금지’에 위배된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이 아무리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지만, 이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내용이어야 하지 굳이 ‘소급 입법’을 통하여 이들에게 죄를 물을 내용이 못 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은 전광훈 목사 등이 아니다. 법률에 미비한 점이 있었던 점을 보완하지 않은 국회의원들, 그리고 이러한 법률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문제가 터진 뒤에 감정에 휘둘려 더 중요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오히려 옳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예전에도 한 번 있었고 그 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 있다는 점에서 반박이 가능할 수도 있다. 바로 그 유명한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사건인데, 12.12 군사반란 사건 및 5.18 내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하여 구속 영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인데, 구속의 당사자들은 이 특별법이 공소시효과 완성된 범죄 혐의 사실에 의하여 소급하여 공소시효 정지 사유를 정한 것으로 소급 입법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여 헌법재판소까지 간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당시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이 사건 반란 행위 및 내란 행위자들은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였고, 그로 인하여 우리의 민주주의가 장기간 후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의 그 생명과 신체가 침해되었으며, 전 국민의 자유가 장기간 억압되는 등 국민에게 끼친 고통과 해악이 너무도 심대하여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이익은 단순한 법률적 차원의 이익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적 법익에 속하지 않는 반면, 집권과정에서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하여 정의를 회복하여 왜곡된 우리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자 않도록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위한 헌정사적 이정표를 마련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매우 중대한 반면, 이 사건 반란행위자들 및 내란행위자들의 군사반란죄나 내란죄의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이익이 보호받을 가치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법률 조항은 위 행위자들의 신뢰이익이나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월등히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 이 법률조항이 위 행위자들의 공소시표완성에 따르는 법적지위를 소급적으로 박탈하고, 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가능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그 합헌성 인정에 있어서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 법률조항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6.2.16. 선고 96헌가2

이러한 판례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이 판례 등을 근거로 하여,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끼친 고통과 해악이 너무도 심대’하며 동시에 큰 경제적 손해를 야기하였으므로 ‘행위자들의 신뢰이익이나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월등히 중대한 공익을 추구’한다고 반론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도 약간 이상하게 들리는데, 왜냐하면 이 특별법은 우리나라 헌정사와 연관되어 있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확립’을 ‘피의자들의 소급입법 피적용 금지’보다도 더 중대한 가치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병을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커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감염병의 경우에, 누군가에 의하여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하여 이들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망가뜨린 것이라 보기에는 너무 억지같으며, 그들로 인하여 막대한 피해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코로나 19 방역에 대하여 방심하고 있던 우리 국민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지, 소급입법의 적용으로써 우리의 부끄러움을 분노로 전환시켜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하자. 코로나 19는 분명 끔찍하다. 2020.08.22. 오늘 자정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만 누적 총 17,002명의 확진환자와 3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사태를 맞이해보기도 하였으며, 거리의 상가들은 문을 닫거나 경제적으로 휘청거릴 수 밖에 없었다. 신천지 사태 이후로 다시 터진 이번 광화문 사태에서 다시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있는 이 시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광훈 목사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청구는 비록 그 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상당할지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원인을 그들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코로나 19의 예방수칙에 소홀했던 우리 자신을 오히려 되돌아보며 찾아야 할 것이다. 부끄러움을 분노로 승화시키는 감정의 격화에 대한 연장선에 의하여 더 중요한 가치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코로나 19 방역에 대한 체계성과 투명성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시민성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장점을 끝까지 우리는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구 몇몇 국가들에서 나오는 한국 사회의 방역의 성공의 원인은 유교 중심적 질서에 있다는 이상한 주장을 우리는 끝까지 실제 모습으로써 반박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