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4. SNS와 민주사회

동상이몽 #4. SNS와 민주사회

2021-11-11 0 By 커피사유

생각을 움직여 다른 꿈을 꾸다. 동상이몽(動想異夢) 시리즈는 커피, 사유의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시사 평론 및 생각 나눔의 장이자, 세상을 향한 이해를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SNS는 건강한 민주사회에 대한 적인가


오늘 심리학개론 중간고사까지 해서, 모든 중간고사 일정이 종료되었다. 마지막 중간고사의 시험이 종결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몹시 안도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시험이 끝난 뒤의 특유의 정서 진동 때문에 결국 수학이나 대기과학과 같은 잠시 미뤄둔 공부를 할 만한 마음 갖춤새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날려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참고 문헌 조사가 필요한 대학영어 강좌의 Persuasive Essay 숙제를 꺼내서 하기 시작했다.

Persuasive Essay에서 내가 선택한 주제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Essay에서 본문 문단에 넣을 근거들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천천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 주제에 대한 Thesis Statement는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 다음과 같기 때문에, 나는 궁극적으로 총 3가지의 본문 문단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Thesis Statement (Modified): Social network services are definite, clear, and even destructive threats toward our society; Those services intensify attitude polarization, promote and leave divisions of the society alone, and also make people feel worse and isolated.


그 3가지 본문 문단이란 각각 위 Thesis Statement에서 제시된 태도 극화(Attitude Polarization)의 심화, 사회 분열의 조장 및 방치, 사람들의 고립 및 부정 감정의 촉진이라는 각각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되어야만 했다. 주장을 명확하게 뒷받침하고자 하는 이들 본문 문단은 그러나 각 문단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기술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으므로, 당연히 나는 근거들에 대한 뒷받침 내지는 보충 자료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는 The Wall Street Journal의 Facebook의 갈등 조장에 관한 기사들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상당했다. 그것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사실 나의 대학영어 수업에서의 Essay 주제 선정에서는 얼마 전 「한겨례」에서 본 Facebook의 내부고발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본 것이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했다. 평소에 그렇게 SNS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기는 했지만, 적어도 Facebook과 같은 SNS 기업들이 수익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제기는 민주 질서를 선호하는 나에게 있어 상당한 내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데이터 전문가 프랜시스 호건 씨가 Facebook 내부에서 근무하면서 입수한 내부 문건들을 토대로 제기된 의혹으로 시작된 이러한 나의 Essay에 들어갈 주요 문헌 중 일부는 바로 그 내부 문건들에 관한 내용들이 될 수밖에 없음은 이미 이 때부터 자연히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예상하고 Essay를 썼다. 그러나 The Wall Street Journal의 영문 보도 자료를 읽어내려간 결과, 나는 내가 이 사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상상 이상이었다. 모든 내용을 기술하기에도 한참 걸릴 폭로 내용들이 이어져 있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프랜시스 호건 씨가 제공한 Facebook 내부 연구 자료들, 업무 채팅 기록과 각종 서류들을 토대로, 7가지가 넘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 총 3가지가 내 눈을 가장 끌었는데, 가장 심각해보였고 또한 그 분석 내용 모두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SNS 시장에 현존함을 내포하는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The Wall Street Journal의 보도는 Facebook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계정 심사의 알고리즘(프로그램)에 예외 계정(exempt Facebook accounts)를 둔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일종의 화이트리스트(Whitelist) 계정들은 주로 유명인, 정치인이나 언론인의 계정들로, 이들 계정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극적이거나 분열 ·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글이나 컨텐츠를 올렸다. 이를테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향하여 “동물들(animals)”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분명한 커뮤니티 약관의 위반이었지만 별도로 프로그램에 의해 제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문건에 따르면 Facebook은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 내부 연구에서는 이런 문구까지 등장했다고 보도가 말하고 있었다: “Unlike the rest of our community, these people can violate our standards without any consequences.”

만약 위 첫 번째 보도에서 제시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Facebook은 심각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치하였으며, 자사의 커뮤니티 규정은 모든 회원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은 그렇지 않고 권력의 눈치나 자본의 눈치를 보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나로 하여금 Facebook이라는 기업에 대한 신뢰성에 대하여 심각하게 다시 고민해보게 한다. 아무리 기업의 최고 목표는 수익이라고 하지만, 그 수익이 사람의 생명이나 사회적 혼란과 맞바꿀 수 있을 리는 결코 없다. 만일 Facebook이 그러한 시각이나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 있어 이 기업은 도덕적 비난을 결코 피할 수 없을 종류의 기업이며, 당연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기업이고 더 나아가서는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될 기업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The Wall Street Journal의 보도는 조금 더 충격적인데, 이 Facebook이 2020년 6월 인도의 Delhi에서 있었던 종교 혐오 소요 사태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의 인도에서 있었던 이 소요 사태는 인도의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심각한 혐오 및 분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처음에 이 사태는 Facebook의 비공개 그룹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이 생산되는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Facebook 내부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또한 Facebook의 WhatsApp이라는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그 혐오의 정서가 확산되면서 총 53명이 사망한 소요 사태가 발발하였다고 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Facebook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확인했으며, 제도를 개선해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보도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건대 Facebook은 그 소요 사태의 전초를 분명히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혐오의 확산이나 극단적 게시물들의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는 두 번째 보도를 보고 혹시 Facebook이라는 기업이 혐오가 조장되고 확산될 때,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 대한 View 수가 급증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문제를 방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물론 충분한 근거는 없지만, 첫 번째 보도의 내용과 프랜시스 호건 씨의 폭로 내용을 생각해볼수록 그러한 감정적인 직관이 점차 짙어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옳은 도리이며 균형 잡힌 시각이므로, Facebook의 해명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만약 Facebook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해서 논란을 진화했다면 이 보도는 곧바로 정정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은 다소 합리적으로 생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의심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이지만, 만약 나의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는 날에는 나는 Facebook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 보도는 Facebook사의 계열사인 Instagram에 관련되어서 사내 연구진이 Instagram이 10대 소녀들의 정신 건강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고하였음에도 경영진은 별도의 주목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다. 내부 연구자들의 2020년 3월의 내부 연구에서 총 32%의 10대 소녀들이 Instagram이 그들의 몸에 대하여 더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한다고 응답한 바가 있고, 또한 이러한 감정이 불안이나 우울을 유도하며, 심지어는 자살 충동까지 유발한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Instagram 측에서는 이러한 우려점에 대한 신속한 대비책이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세 번째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이 진실로 확정된다면, Facebook은 수익과 10대 소녀들의 정신 건강을 맞바꾼 기업으로 나에게는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마도 그 순간이 온다면 Facebook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가치를 제대로 혼동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따라서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미치는 기업에 다름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같은 한 명의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이야 Facebook에게는 별 다른 손해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 아마도 한둘은 아닐 것이라는 추단은 그렇게 이상하거나 비논리적인 영역에 속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뉴스에서는 Facebook이 창사 이래의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고 표현했다. 미 국회에 CEO가 출석해서 질타를 받고 심지어는 사명을 Meta로 바꾸기도 하는 등의 일들이 빠른 시일 내로 속속 일어났으므로 틀린 표현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사태를 한 기업의 ‘위기’에 국한할 수 있는 종류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Facebook이라는 기업만 비단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다른 기업들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을 것인데,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이 사태는 단순한 사태로 종결될 것이 아닌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대하여 부과해야 하는 적절한 규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극도로 양분화된 사회, 그리하여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확증 편향이 넘쳐나는 사회, 선택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반대되는 견해는 무시하는 행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화해나 타협이란 이제는 미덕이나 필수 요건이 아닌 패배로 여겨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상태로 회귀하려면,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동작해서 사회가 극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이들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수불가결할 것임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프랜시스 호건 씨는 이렇게 폭로했다. “Facebook, over and over again, has shown it chooses profit over safety.” 그러나 호건 씨가 터뜨린 물꼬는 Facebook이라는 한 기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호건 씨의 용기는 보다 올바르고 바람직한 사회, 최소한 나와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한 그 의견을 기꺼이 청취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회는 곧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며 또한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더 나쁜 사회를 물려주는 우(愚)를 범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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