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 최초의 질문

부활 #2. 최초의 질문

2021-11-09 0 By 커피사유

부활(復活)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과거에 써 둔 어떤 글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첨언과 수정을 가함으로써, 과거의 생각을 현재로 다시금 불러오고 되살리며 새로운 해석을 부여해보는 공간입니다.

인류가 던진 최초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얼마 전인가 나는 서울대학교 ‘서양철학의 이해’라는 강의의 제2강인 ‘서양철학의 시작: Mythos적 사유에서 Logos적 사유로’라는 강의를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그 강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그 날, 나는 강의가 모두 끝났을 때 머릿속에 단 하나의 질문이 아주 크게 자리를 잡고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 질문이란 바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최초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Mythos적 사유에서 Logos적 사유로 서양 철학의 흐름이 이동한 것에 관한 교수님의 설명으로부터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중 가장 큰 핵심은, 다름 아닌 인류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왔으며 그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태동하였고 이내 모든 학문이 태동하였을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인류가 던지는 질문의 역사는 모든 문헌에서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서 사람들에 의하여 제기되어 왔다.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고 단지 확인할 수 있는 문헌들을 찾아 읽다보면 이러한 귀납적 추론은 명백해진다. 이를테면 ‘진정한 평등’을 주장한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에서부터, 근대 형법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체사레 베카리아, 나아가 정신과 사유에 대하여 고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회의의 사용법을 고찰한 르네 데카르트,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자론을 주장한 데모크리토스와 그를 비롯한, 만물의 근원과 변화무쌍한 세계 속에서 질서정연한 어떤 것을 찾으려고 했던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사상가들 – 그들 모두는 바로 이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졌으며 그 질문에 답하는데 일생을 바친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던 나는 문득, 이러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란 아마도 대자연의 압도적인 힘에 사실상 손수무책이었던 과거의 인류가 어느 날 공포의 대상이었던 대자연을 관찰하여 그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무언가 일정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인간이 자신이나 그 주변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서 일어나는 어떤 것을 알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미지의 영역을 그렇지 않은 영역으로 환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겠는가하고 나는 한참 동안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또한 문득, 이러한 시도는 과거뿐만이 아닌 오늘날에도 관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당장에 지금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주변을 둘러싼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이해하려고 각종 지식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나는, 결국 모든 학문이란 어쩌면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원초적 욕구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 –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어쩌면, 비록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 것일 가능성이 충분하며 여전히 가설 단계에 불과한 나의 제멋대로인 추론일 뿐이지만, 나는 아마도 최초의 질문이란 사유자(思惟者)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을까 – 하고 생각했다. 애초에 사고를 가진 개체는, 지성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개체는 자기-지시의 속성, 즉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 사고를 가진 개체를 정의내리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던가.

나는 처음에는 최초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 흐름이 오히려 오늘날로 이동해서 나 앞에 놓여 있음을 안다. 최초의 질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나에게 어떠한 결론을 가져다주려고 하는 듯 하다.

나는 알고 있다. 그 결론이란 바로 ‘학문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본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Resurrected from. 「최초의 질문」 on 13 Oc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