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시간 #5. Waltzing Matilda

음악이 흐르는 시간 #5. Waltzing Matilda

2023-03-24 0 By 커피사유

커피사유의 음악이 흐르는 시간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선곡한 일상 속 음악들과, 그에 엮인 이야기 · 생각이 흐르는 공간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3. 3. 24.에 Chalkboard에 작성한 Waltzing Matilda를 다듬은 것임을 밝힙니다.


#1. 서두

음악이 흐르는 시간 시리즈가 오랜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에 올린 시리즈의 글이 2021년이니, 대략 2년 정도 이 시리즈가 중단된 셈입니다. 대학의 생활로 바빴다고 하면 그것은 하나의 변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대학이라는 거대한 사상과 학문의 공간에서, 제 호기심과 무능 그리고 무지에 대한 감각이 살아왔던 나날의 그 어떤 순간보다도 강렬히 폭발했기에, 모든 곳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음악에 대해서는 이전만큼 오랫동안 고민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만큼은 덧붙여야 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남에게 이제 소개해도 될 만큼의 지식이라던가 교양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것인지 이제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름대로 음악에 대한 감상과 알고 있는 지식들을 들고 있었습니다만, 클래식들이나 재즈에 눈을 뜬 최근에는 제가 음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란 과연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시리즈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음악을 소개시켜준다, 이렇게 하기 보다는 음악에서 알게 된 것들, 느끼게 된 것들을 기록해두자. 음악이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와 생각들을 여기에 기록해두자. 그런 결심이 선 끝에, 저는 중단되었던 음악과 저 자신의 대화를 여기 기록해둘 필요를 느꼈고 따라서 오늘 그 여정을 재개하려고 합니다.

다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여러 글과 변변치 않은 제 생각들을 남기고 끄적거린 탓에 문체, 그리고 지향하는 글의 느낌이 다소 변했기에, 이전과 같이 타인에게 설명하는 긴 문장의 호흡보다는 고백하는 짧고 간결한 호흡의 글이라는 형태로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따라서 이 글부터 시작해서 글을 독자 여러분들께 쓰는 형태가 아니라, 저 자신과 여러분에게 고백하는 문체로 글을 쓸 것임을 알립니다. 이전 글들과의 문체가, 그리고 글의 전반적인 느낌이 다소 다르더라도 독자 여러분들께서 분명 이해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기록해두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제 글로부터 독자 여러분들이 무언가를 얻어가신다면 기록과 보존에도 또 다른 고마운 하나의 의미가 부여되겠지만, 저는 단지 음악이 제게 전한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고백하려고 합니다.


#2. 가사

Once a jolly swagman camped by a bilabong1
Under the shade of a coolibah2 tree
And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3 boiled
"You'll come a-Waltzing4 Matilda5, with me"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 boiled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Down came a jumbuck6 to drink at the billabong
Up jumped the swagman and grabbed him with glee
And he sang as he stowed that jumbuck in his t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M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And he sang as he stowed that jumbuck in his t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Up rode the squatter7, mounted on his thoroughbred8
Up rode the troopers, one, two, three
"With that jolly jumbuck you've got in your t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ith that jolly jumbuck you've got in your trucker ba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Up jumped the swagman and sprang into the billabong
"You'll never take me alive", said he
And his ghost may be heard as you pass by that billabon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dla
"You'll come a-Waltzing Matidla, with me"
And his ghost may be heared as you pass by that bilabong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Watl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And his ghost may be heared as you pass by that bilabong
You'll come a Waltzing Matilda with me
호주 민요 Watlzing Matilda의 가사

#3. 소개9

호주 민요 “Waltzing Matilda”는 호주의 국민 시인 밴조 패터슨(Banjo Paterson)이 쓴 시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이 곡이 호주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우리나라에서 아리랑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슷하다. 준-국가(National Anthem)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아리랑은 어떤 한(恨)의 정서를 노래하지만 호주의 이 민요는 저항과 불굴의 의지를 노래한다는 점에 있겠다.

“Waltzing Matilda”는 1895년에 쓰인 가사에 Christina Macpherson이 곡을 붙여 완성된 곡이다. 다만 오늘날에 널리 불리는 형태의 곡은 원래의 곡과는 같지 않다. 1903년에 Marine Cowan이 광고에 삽입할 목적으로 가사를 조금 바꾸고, 음악을 조금 바꾼 것이 오늘날의 곡이기 때문이다.

호주 사람들에게 위 곡이 가지는 위상은 곡의 가사 그리고 호주의 정체성 사이에서 발견되는 동형성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곡의 가사는 어떤 떠돌이(swagman)가 호수 근처에서 야영하다가 호수에 물을 마시러 온 양치기의 양을 가방 안에 넣었는데, 이에 양치기와 경찰들이 그를 체포하려 하자 떠돌이는 “나를 산 채로 잡을 수는 없을 거다!”라고 외치며 호수로 뛰어든다. 그는 죽어 영혼이 되었고, 그 이후 연못을 지날 때마다 그의 유령은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특히 곡의 제목이기도 한 Waltzing Matild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호주 민요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바로 이 시구가 ‘(왈츠) 춤을 추는 마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 이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나, 곡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단어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아두어야 한다. ‘Waltzing’이라는 표현은 ‘왈츠를 추는’의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당히 걷다’라는 의미도 있다. ‘Matilda’는 여성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호주 지방에서는 여행자 · 방랑자의 짐 또는 보따리를 일컫는 단어로 쓰인다. Waltzing Matilda는 호주의 시인에 의해 쓰인 시구들로 가득한 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곡의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 표현은 〈걸어다니는 보따리〉에 〈춤추는〉과 〈여성의 이름〉이라는 친숙하고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보따리가 걸어다니는 모습이란 그 보따리의 주인, 즉 보따리를 지고 이동하는 이 ― 방랑자가 걸어다니는 모습이다. 따라서 곡의 제목은 〈방랑 생활〉에 쾌활한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호주는 영국의 죄수들을 유배하기 위한 땅으로 18세기 말에 개척되어, 1901년 사실상의 독립 이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곡 Waltzing Matilda가 작성된 때는 호주가 식민지 시절이었던 1895년이었으니, 가사에서 말하는 경찰은 영국인이거나 영구의 하수인, 떠돌이들은 일자리를 잃은 광부나 양털깎이 노동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가사는 1890년대 초 호주의 퀸즐랜드 지방에서 일어난 양털깎이 노동자 파업 이후에 주동자가 권총으로 자살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쓰였다는 설도 있다.10

즉, 가사와 당시의 호주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Waltzing Matilda는 떠돌이가 방랑하면서 호수 옆에서 야영하고, 다른 양을 불법적으로 잡아먹어야 하는 가난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그를 단죄하려는 경찰이라는 기성에 반대하여 호수에 뛰어들면서도, 자신의 〈방랑 생활〉을 아름답고 친숙하다고 끊임없이 선언하며 외치는 민중 가요이다. 호주의 역사 그리고 정체성을 고려할 때, 호주 사람들에게 이 곡은 기성의 억압에 반대하는 저항의 의지, 불굴의 의지,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의 의지를 나타내는 곡인 셈이다. 방랑하는 그것, 바로 그 그것을 긍정하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4. 적용과 확장

Waltzing Matilda는 비단 호주 사람들에게만 저항의 의지, 그리고 긍정의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사에서 떠돌이는 경찰에 대항하여 호수로 뛰어들면서 자신을 결코 산 채로는 잡을 수 없으리라 외친다. 그는 이전부터 반복하여 외쳐왔듯,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물들은 자신과 함께 〈방랑 생활〉을 할 것이리라 외친다. 그가 외치는 모든 〈방랑 생활〉은 춤추는 것이고, 여성의 이름처럼 친숙한 것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야영을 할 때에도, 호수에 내려온 양을 잡아먹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그의 죄를 벌하려는 양치기와 경찰 앞에서도, 그리고 호수에 빠져 죽은 이후까지 그는 모든 순간에 〈방랑 생활〉을 긍정한다. 여기서 그가 긍정하는 것은 결코 호주 사람들의 정체성은 아니다. 그가 긍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이다.

사람은 알 수 없는 것, 설명할 수 없는 것, 불확실한 것, 비합리적인 것들 속에서 길을 잃고 비틀거린다.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최후의 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세상과 대결하며 때로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며, 때로는 웃기도 한다. 곳곳을 다니고, 끊임없이 사유하기도 하고 의욕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단 하나의 단어만을 붙일 수 있다면, 방랑이야말로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겠던가.

Waltzing Matilda가 마치 춤추는 여성처럼 친숙하고 아름다운 의미로 방랑 생활을 조명하는 시구라면, 이보다도 더 삶 그 자체와 결부되어야 하는 건강한 의미, 그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제 이 호주의 민요와 그 아름다움은 단순히 호주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정체성을 일깨운다고 해석되는 것에서 나아가, 모든 인간의 삶에 대한 사랑을 고취하거나,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바람직해 보이는 것은 분명히 후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할 것이다.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We’ll go a-Waltzing Matilda with ourselves.


Andre Rieu & Mirusia – Waltzing Matilda (Vocal Version), 2008.

주석 및 참고문헌

  1.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호수를 일컫는 단어.
  2. 오스트레일리아산의 목재가 대단히 단단한 수목의 이름. 쿨리바.
  3. 야영용 주전자
  4. "왈츠를 추다"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걷다"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5. 여성의 이름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여행자 · 방랑자 등의 보따리(swag)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6. 양(羊).
  7. 불법 거주자 · 무단 점유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양치기나 목초지의 관리인을 가리킨다.
  8. 말의 한 종류이다.
  9. 다음을 참고하였음. https://en.wikipedia.org/wiki/Waltzing_Matilda
  1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301269338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