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서일지 #0. 시작하며

탐서일지 #0. 시작하며

2021-01-10 0 By 커피사유

탐서일지(耽書日知)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매주 어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두고 나누기 위해, 그리고 책을 읽어나갈 동기를 약속하기 위한 장으로써 마련된 독서 일지 시리즈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었나

대입 결과가 뜨고 나서 솔직하게 조금 게을리 보냈다면 게을리 보냈을 나 자신에게 어느 날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제안이 도착했다. 제안의 내용은 일주일에 1번 정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가지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셨다. 책이 무어냐고 여쭈었더니 처음 책은 괴델, 에셔, 바흐라고 하셨다.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책이었기에 뭔가 그렇긴 했다. 하지만 나 본연의 어떤 본성으로 하여, 뭔가 새로운 것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상한 본성이 속삭인 어떤 것이 있었기에, 결국 나는 초대에 응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급발진으로 주문한 괴델, 에셔, 바흐라는 책은 목요일에 집에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두께가 좀 있었다. 두께는 내가 좀 심한 두께라고 생각한 역대의 도서 두 권 –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보다도 더 두꺼웠다. 세상에 그렇게 두꺼운 책은 국어사전 빼고는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두께는 둘째 치고, 책을 열어 몇 장을 넘겼더니 GEB 20주년 기념판 서문이 있었는데, 솔직하게 내 문체를 보는 것 같았다. 내 문체의 특징이라고 하면 보통 잘 고치지 않아 난해하고, 각종 수식어와 접속사가 난무하여 한 문단이 한 문장이 되어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각종 기교로 가득한 것이 특징일 것인데, 그것의 최종체를 보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몇 장을 못 넘기고 결국은 책을 덮고 며칠을 묵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독서 모임이 있으므로 어떻게든 처음으로 약속된 기일까지는 책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문체를 본 나로써는 무언가 동기가 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심한 끝에야 한 가지 해결책을 도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독서를 하는 과정을 공개하겠다는 결심이었다. 나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과 느낌들, 각종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내가 2년 전부터 애용한 이 블로그에 공유한다면 이미 그것으로 나는 하나의 스스로에 대한 동기 부여를 마련한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결과적으로 1주일에, 이 독서 모임에서 읽어가는 책의 경과 – 심지어는 독서 모임이 종결된 뒤로도 개인적으로 1주일에 책을 읽는 동기 부여책으로써 이 포스트 시리즈를 쓸 결심을 단단히 했다. 목표는 매주 일요일에 이 포스트를 정기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용기 있게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나의 젊은 20대의 삶일 것이고, 그것이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분명할 터니까. 적어도, 조금이나마 성실한 삶에 가까워질 수는 있으니까.

시리즈명 탐서일지(耽書日知)

시리즈명을 기왕지사 무엇으로 할까 몇 분간 고민을 했다. (그렇다, 이런 것으로 나는 그렇게 오래 고민하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다) 어차피 책을 읽고 기록해두는 것이니 일지(日紙)가 될 것은 분명했는데, 약간 어차피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니 탐사(探査)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탐사일지로 할까, 생각을 했는데, 문득 언어유희적 감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때 퍼뜩 그 감각이 떠올리게 한 것이 탐서일지(耽書日知)라는 이 시리즈명이었다. 결국 탐사일지라는 말의 변형인 셈인데, 찾을 탐(探)를 쓴 것이 아니라, 그 대신에 즉흥적으로 즐길 탐(耽)을 써서, 결과적으로는 글을 즐긴다는 의미를 완성해버렸다. 종이 지(紙) 대신에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자 중 하나인 알 지(知)를 써서, 결과적으로는 위와 같은 시리즈명을 완성해버리게 되었다.

…… 그랬다. 거두절미하자면, 즉흥적으로 지어냈다.

탐서일지(耽書日知) 구성

탐서일지(耽書日知)는 다음 구성을 항상 지켜 쓰기로 약속해두려고 한다.

개요

개요에서는 어떤 책(도서명, 저자, 역자, 출판사)의 어떤 부분을 읽었는지, 어떤 식으로 읽었는지에 대하여 작성하기로 하자. 여기에서는 읽은 부분을 어떤 계획, 생각으로 읽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기술이라도 붙이기로 해 두자.

호기심을 향한 문(問)과 답(答)들

이름은 거창하지만 결과적으로 호기심을 향한 문(問)과 답(答)들Q&A와 같다. 책을 읽는 중에 궁금한 것들, 단순 궁금증을 위주로 하여 복잡한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문을 해당 질문을 가지게 된 부분을 인용하고, 어떤 궁금증을 가졌는지 설명한다. 웹을 찾아보고 답을 알게 되었다면 기록하되, 그 출처는 반드시 기록해두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제발 링크는 ‘새창에서 보기’ 옵션을 키도록 하자)

이해에 대한 갈망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해에 대한 갈망들에서는 그냥 내가 읽던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을 모아 두도록 하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인용하고, 어떤 부분이 왜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자. 다른 부분을 엮을 수 있다면 엮고, 뒤에 읽다가 어렴풋이 감이 온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생각으로 감이 왔는지도 설명하기로 하자.

기억해두고 싶어지는 문장들

말 그대로 기억해두고 싶어지는 문장들을 모아 두기로 하자. 여기에서는 별도의 주석이나 평론을 삼가하고, 그냥 인용들만 하도록 하자.

말하고 싶어지는 것들

뭔가 어떤 문장들에 대해 주석이나 의견을 달고 싶어지는 경우 여기 말하고 싶어지는 것들에 달아두기로 하자. 정확한 문장이나 문단을 인용하고, 내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자.

후기

이 책의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점, 혹은 비하인드, 혹은 공유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나 기록해두고 싶은 느낌이 있다면 여기 후기에 집어넣도록 하자. 기왕지사 다음 번에 대한 다짐도 있으면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