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물 자체 (Ding an sich)’에 대한 종말

2022-03-04 0 By 커피사유

만일 우리 자신이 어떤 자연현상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그 조건으로부터 발생시키며, 더욱이 그것을 우리의 목적에 이용함으로써 어떤 자연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칸트가 말하는 인식할 수 없는 ‘물 자체’Ding an sich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동 · 식물의 체내에서 형성되는 각종 화학적 물질도 유기화학에 의하여 차례차례 제조되기 전까지는 의연히 그러한 ‘물 자체’로 남아 있었다. 유기화학이 화학 물질을 제조함으로써 ‘물 자체’는 우리를 위한 사물이 되었다. 예를 들어서 꼭두서니의 색소인 알리자린Alizarin이 그러하다. 지금은 알리자린을 전원에서 재배하는 꼭두서니의 뿌리에서 얻지 않고 훨씬 값사게 또 손쉽게 콜타르에서 얻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계는 아주 믿을 만한 것이기는 하였으나, 300여 년 동안이나 가설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르베리에Leverrier가 이 태양계의 자료에 기초하여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행성이 반드시 존재하리라는 것을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계산을 통하여 천체 위치까지 확정했고, 그 후 갈레Galle가 실제로 그 행성1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코페르니쿠스의 태양계는 증명되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Ludwig Feuerbach und Ausgang der klassischen deutschen Philosophie)』. 양재혁 역. 돌베개. (2015). 55쪽.

주석 및 참고문헌

  1. (원문 주) 독일 천문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갈레Johann Gottfried Galle가 1846년에 르베리에가 계산했던 궤도에서 발견한 해왕성Planeten Neptun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