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들기 위한 계획

2020-03-18 0 By 커피사유

나를 만들기 위한 계획

이 무렵 나는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어떠한 때도 잘못을 범하는 일이 없는 완벽한 삶을 살고 싶었다. 또 타고났거나 친구들의 영향으로 생긴 습관들도 모두 올바르게 고치고 싶었다. 나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난 내 생각을 고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주의하고 조심하다 보면 불쑥 생각지도 않았던 데서 실수를 했다. 또 조금만 소홀하면 이성으로는 억제하기 어려운 나쁜 습관이 파고들어 왔다. 즉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되겠다는 내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 또 그런 인간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신념만으로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 모두를 통틀어 완벽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늘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려고 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난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안해냈다.

먼저 그때까지 읽은 책 속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도덕을 쭉 열거했다. 그리고 각 덕목 아래에 그 덕목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들을 적어 내려갔다. 덕목의 수는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저자에 따라서 같은 덕목을 다른 명칭으로 쓰기도 하고, 같은 명칭을 쓰면서도 그 의미가 넓은 것과 좋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절제’라는 덕목을 어떤 저자는 먹고 마시는 것에 국한해 사용했지만 어떤 저자는 쾌락, 식욕, 성욕, 육체적이나 정신적 열정, 그 빡에도 탐욕이나 야심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로 사용했던 것이다.

나는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각 덕목에 그것을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많이 열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덕목 열세 개를 늘어놓은 후 그에 수반되는 중요한 규칙을 몇 가지 붙이기로 했다. 다음은 그때 내가 정한 덕목과 그에 따른 규칙이다.

1. 절제
배부르도록 먹지 말자, 취하도록 마시지 말자.

2. 침묵
자타에 이익이 없는 말은 하지 말자.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자.

3. 질서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두자. 일은 모두 때를 정해서 하자.

4. 결단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하자.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시행하자.

5. 절약
나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에는 돈을 쓰지 말자.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말자.

6. 근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언제나 유용한 일을 하자. 무익한 행동은 끊어버리자.

7. 진실
사람을 속이지 말자. 순수하고 공정하게 생각하자. 언행을 일치하자.

8. 정의
남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지 말자. 남에게 응당 줘야 하는 이익은 꼭 주자.

9. 중용
극단을 피하자. 상대가 나쁘더라도 그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10. 청결
신체, 의복 등 습관상 모든 것에 청결을 유지하자.

11. 침착
사소한 일, 일상적인 일 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일을 당해도 흔들리지 말자.

12. 순결
건강과 자손을 위해서만 잠자리를 하자. 감각이 둔해지고, 몸이 쇠약해지고, 부부의 평화와 평판에 해가 될 정도로 하지 말자.

13. 겸손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자.

나는 이런 모든 덕목이 진정으로 나의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전부를 얻으려고 덤벼들기보다는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노력했다. 첫 번째 덕목이 완성되면 두 번째 덕목에 도전하고, 이 마저 완성되면 세 번째 덕목에 도전하는 식이었다. 덕목의 나열 순서도 이루기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이었다. ‘전제’가 맨 처음 온 이유는 절제만 할 수 있다면 머리는 냉철과 명석을 유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매사에 실수 없이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쁜 습관에 휘둘리거나 유혹에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절제’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그 다음 덕목인 ‘침묵’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게는 덕목을 익히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식을 얻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다. 때문에 대화를 나눌 때 내가 하기보다는 주로 남의 말을 경청했다. 또 더불어 쓸데없이 떠들어대거나 농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대화 태도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나쁜 친구들만 사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두 번째 덕목을 ‘침묵’으로 정했다. 만약 ‘침묵’과 그 다음 덕목인 ‘질서’만 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일과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을 터였다. 그 다음 ‘결단’은 일단 한 번 습관이 되어 버리면 그 다음에 오는 여러 덕을 얻는 과정에서 한눈팔지 않고 단호하게 노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절약’과 ‘근면’은 아직 남아있는 빚을 청산할 수 있게 해 줄 것이고, 아울러 풍요로운 생활과 독립을 보장해 줄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하면 ‘진실’과 ‘정의’, 그리고 다른 덕목들은 비교적 쉽게 완성될 것이다.

이렇게 덕목을 정하자 ‘금언집’에서 피타고라스가 ‘하루의 행동을 오늘 한 일이 무엇인지, 할 일을 빠뜨린 것은 없는지, 규칙에 어긋난 것은 없는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되, 생각해보지 않았으면 잠들지 말라’라고 충고한 대로 매일매일 나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나 나름대로 점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먼저 조그만 수첩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내가 정해 놓은 덕목들을 한 페이지에 하나씩 배당시켰다. 그리고 각 페이지에는 붉은 잉크로 줄을 그어서 가로로 일곱 칸을 만들고, 칸 하나에 각 요일의 첫 글자를 적어 넣었다. 다음에는 세로로 열세 칸을 만든 후 덕목의 머리글자를 순서대로 적어넣었다. 그리고 그날그날 내 행동을 되짚어 보아서 과오가 있었다면 덕목과 날짜가 만나는 칸에 검은 점을 그려넣었다. 이 표를 도표로 직접 그려보면 다음 페이지와 같다. … (그림 생략)

나는 한 주에 덕목 하나만 중점적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즉 첫째 주에는 ‘절제’만 집중적으로 지키고 다른 덕목들은 그대로 보통 때와 비슷한 정도로만 지키는 것이다. 물론 저녁마다 되돌아보면서 그날 과실을 범했다면 점을 찍어 넣었다. 첫 주에 ‘절제’에 해당하는 칸에 점이 하나도 찍히지 않았다면 이 덕은 매우 강화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덕목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해서 13주가 지나면 열세 개의 덕목을 한 번씩은 실천하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 1년에 4번 반복할 수 있다.

뜰의 풀을 뽑는 사람은 잡초를 한 번에 다 뽑아내려고 덤비지 않는다. 그러려면 힘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에 한 구석씩 뽑고, 그 구석이 끝나면 다음 구석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일한다. 덕목을 내 것으로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주에 하나씩 차례로 검은 점을 각 줄에서 지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주가 끝날 때마다 덕목이 점차 진보해나가는 자취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로 인해 다시 마음이 힘을 얻어 다른 덕목에 도전한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마지막 13주가 끝났을 때 점 하나 찍히지 앟은 깨끗한 수첩을 보게 될 것이다… (중략)

“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저. 강미경 옮김. 느낌이있는책(2017). 196p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