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kboard

Chalkboard

개인적으로 드는 짧은 생각들, 너무 짧아서 블로그 포스트로 올리기는 힘든 생각들을 어디에다가 모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이를 위한 플러그인을 만들수도 있지만, 그냥 한 페이지를 만들어서 담벼락 마냥 기록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칠판이 되겠지. 생각날 때마다 한 쪽 벽에 걸려 있는 칠판에 분필 잡고 가루 날려가면서 쓰고, 시간이 지난 뒤 그 분필들의 새김으로 채워진 흔적을 보는 것이……. 그냥 이러고 싶었다. 이런 말이다.

2020. 8. 13. 처음 Chalkboard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이 생각들을 모은지 어연 6개월 정도가 경과했고, 그 동안 많은 생각들이 이 거대한 칠판을 조금씩 채워갔다. 즐거운 일이지만, 너무 길어진 것은 분명한 문제였다. 결국은 약간의 변경을 가하여, 최근 10개 생각들만을 표시하기로 하고,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어 표기하되, 메인 페이지에는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이제는 좀 보기에 괜찮은 길이가 될련지. 일단은 해 봐야 아는 거니까.

2021. 1. 26. Chalkboard 표시 방법을 수정하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정말로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모르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다. 정말로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모름에도 불구하고 알고자 하지 않는 것, 이만하면 되었지 하는 얕은 지식의 속삭임에 안주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무지와 무능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고, 하루하루 대학에서 배워나가는 것들은 뭔가 중간의 내용들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필시 내가 모르는 영역들이, 모르는 기초들이, 모르는 해석과… Continue reading
  • 실존적인 ‘건강’과 ‘삶’의 긍정
    아버지께 전화가 왔었다. 어제 한창 물리학을 풀다가 시험 기간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어머니께 전화 드린 것의 연장선이었다. 괜찮냐고 그러셨다. 더 나아질 것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아버지는 건강이 우선이라며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아가면서 정신과 몸을 모두 상하게 하면서 공부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면서 하라고 충고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Continue reading
  • 정치의 실종, 토론의 실종
    솔직히 처음에는 잠깐만 보려고 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끄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유머가 넘치는 두 논객의 오랫동안 검증되어 온 토론의 흥미진진함이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방송 중에 등장한 다음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1000명의 시민에게 “현실 정치에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토론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 Continue reading
  • 현재 속의 학문
    대학에서 나는 늘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만약 내일 내가 확실히 죽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 지금까지의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내가 내일 죽을지 아닐지는 나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오로지 현재, 지금의 이 순간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바로 그 직감, 〈알고 싶다〉고… Continue reading
  • 낙서 #1
    낙서 시리즈는 커피사유가 쓰고 있는 글의 일부를 살짝 들추어보는 공간입니다. 나에게 고등학교란 분노와 우울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추상으로 기억된다. 1학년 때의 처음 시험 점수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금에서 돌이켜볼 때 전혀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중학교 때까지 지탱해오던 자신의 무결성(無缺性)이 부정당할 때의 경험은, 즉 자신이 온전히 무너진다고 느낄 때의 경험은 충분히 참혹한… Continue reading
  • Waltzing Matilda
    #1. 가사 Once a jolly swagman camped by a bilabong Under the shade of a coolibah tree And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 boiled “You”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Waltzing Matilda, Waltzing Matilda “You’ll come a-Waltzing Matilda, with me” He sang as he watched and waited ’til his billy… Continue reading
  • 변한 것 없는
    며칠 전에 우연한 계기로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주변의 〈공기〉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의 〈꿈〉에 대해 물었다. 어떤 이는 물리학자, 또 다른 어떤 이는 공학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열거한 모든 〈꿈〉이란 그저 〈직업〉, 그러니까 그들이 불릴… Continue reading
  • 전쟁
    아침이 된다. 눈을 뜬다. 잠시 동안의 천국이 펼쳐진다. 그러나 곧 전쟁이 시작된다. 알베르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세계의 비합리〉대 〈나의 합리에 대한 향수〉 사이의 투쟁이다. 니체의 표현으로 하자면, 〈나〉와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 사이의 분투다. 매일 아침마다 합리적인, 이해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한 희망이 떠오른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태양처럼 환하게 나 자신을 비추는 듯한… Continue reading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人間은 어쩌면 데카당과 反-데카당의 辨證法的 合, Nietzsche와 다자이 오사무의 辯證法的 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人間의 一步一步를 沮止할 수는 없다 ― 너무나도 人間的이기에 나는 나아갈 것이며 每 太陽이 떠오를 때마다 새로이 태어나리라. 인간은 어쩌면 데카당과 반-데카당의 변증법적 합, 니체와 다자이 오사무의 변증법적 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일보일보를 저지할 수는 없다 ― 너무나도 인간적이기에 나는 나아갈… Continue reading
  • 격동기 속에서
    대학의 개강을 하루 앞두고 나는 홀연히 덕수궁에 방문하고픈 욕구를 느꼈다. 그것도 나즈막한 오후 중도 아니었고, 저녁을 먹을 시간 즈음이 되어서 든 생각이었다. 사실 덕수궁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내가 도대체 왜 가고자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컴퓨터 공학을 이제 추가로 복수전공하는 것에서 나오는 모종의 긴장감 때문인가, 아니면 스스로가 니체 철학에 심각하게 심취한 나머지 그의 주장대로 ‘앉아 있지 않은’,…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