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正道)로의 다짐

2021-09-30 0 By 커피사유

최근 들어서 할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와서 놀 생각은 전혀 없기는 했지만, 하루에 많아야 3개 정도가 최대인 각 과목을 복습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었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하고, 대학의 가을학기 도중에 각종 학점 이외의 강의와 서적까지 함께 섭렵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적 취미 활동과 음악 따위를 즐기려고 하니 내가 욕심이 아마 많은 탓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21. 9. 30. 오늘의 할 일. Google Calendar를 항상 이용해서 일정 관리를 하는 편이다.

어제까지 해야 했던 수학 2 과목에 대한 복습과 문제 풀이를 끝마치지 못한 것이 남아 있어 상당히 심리적으로 힘들어지는 듯하다. 일이 점차 밀리는 것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고, 또한 내가 1학기 중에 일이 점차 밀리다가 완전히 쌓인 것을 보고 바뀌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고등학교 때의 경험을 통하여 아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윽고 해결을 포기하고 방치해버리는 사태를 마주한 바도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심적 갈등이나 압박감으로 인하여 일종의 번-아웃 증후군의 증세를 보였던 나는 1학기 심리 상담을 통하여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아가는 기회를 가졌다. 2학기의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학습과 공부, 사상을 갈고 닦음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더 알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나의 화학 선생님께서는 학문, 즉 공부란 막상 직면하면 어렵고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순간에 찾아오는 쾌락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 때문에 단절하기 힘든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평하신 바가 있었는데, 이제는 나는 그 말씀의 뜻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던 것이다.

학문이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사물을 지각하고 그 지각과 나의 기억, 그리고 각종 정보를 종합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도 상당히 복잡한 마당에 그러한 판단과 지각의 총체적 산물인 학문이란 얼마나 복잡하고 또한 철저한 과정을 통하여 산출되었겠는가. 그러나 가야 하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라고 해서 그 길을 버리라는 도(道)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직 꺾이지 않았음이요, 또한 아직 나는 의지를 가지고 끝없이 매달리고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일이 조금씩 밀리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는 Google Calendar의 막대한 양의 일에서 비롯되는 압도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지적 호기심과 탐험심을 충족시키지 않을 수 없으므로 계속 마땅히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한 일련의 다짐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