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 Up The Place #3. 여름방학 SNU JIVE Listening – 클래식과 재즈

Jazz Up The Place #3. 여름방학 SNU JIVE Listening – 클래식과 재즈

2021-07-04 0 By 커피사유

Jazz Up The Place 시리즈는 재즈에 막 처음으로 입문한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Jazz에 관해 탐구하고 배운 내용들을 기록하고, 관련된 곡들과 지식들을 갈무리하여 담아두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시리즈에는 Jazz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 그리고 이 지식들과 연관되는 대표곡들을 수록합니다.

들어가며

사실 두 번째 Jazz Up The Place 포스트를 올린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사실, 이게 동아리 활동이라서, 개인적으로 대학의 학업 활동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1학기의 각종 시험 일정으로 세션에 가는 것을 좀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대학의 1학기가 종료된 지금에서야 다시 Jazz에 관한 공부를 시도하고자 두 번째 여름방학 JIVE 감상 모임에 들어갔다. 2021. 6. 30. 목요일에 진행된 이 세션은 ‘클래식과 재즈’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감상모임장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서두를 여셨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재즈와 클래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걸어온 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즉, 니콜라이 카푸스틴, 스티브 라이히, 세실 테일러, 얀 가바렉 등 조금은 낯설지만 흥미로우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이들의 음악을 살펴보며 음악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록에서는 이 감상모임장의 말씀에 따라 진행된 이 세션에서 다룬 곡들과 그 곡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 그리고 나아가 그 곡들에 대한 각종 개인적 인상들을 다루려고 한다.

오늘의 선곡

이번 포스트에서 다룰 재즈곡과 클래식곡, 그리고 나아가 재즈인지 클래식인지 참으로 헷갈리는 곡, 나아가 음악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곡들을 모아둔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이번 세션을 진행하신 임시 JIVE의 Listening 세션 모임장께서 Youtube Playlist로 정리해두셨으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1. Jacques Loussier – Arabesque (Debussy)
2. Jacques Loussier – Variaciones Goldberg, Jazz (Var. 1-9)
3. Igor Stravinsky – Ragtime for Piano Solo
4. Claude Bolling & Yo Yo Ma – III. Galop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5. Claude Bolling & Yo Yo Ma – IV. Ballade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6. Nikolai Kapustin – Elegy n 96
7. Nikolai Kapustin – Piano Quintet No.1 1st Movement Allegro (by Jeong Jae Moon & PACE)
8. George Gershwin – Piano Concerto in FA (by Berliner Philharmonic Orchestra (Seiji Ozawa) & Marcus Roberts Trio)
9. Chick Corea – Prelude #2 (Op. 11) (in Album: Solo Piano: Portraits)
10. Brad Mehldau – After Bach: Rondo (in Album: After Bach)
11. Steve Reich – Pulse
12. Brad Mehldau & Kevin Hays & Patrick Zimmerli – Modern Music
13. Cecil Taylor – Free Improvisation #3
14. Jan Garbarek & The Hilliard Ensemble – Parce Mihi Domine (in Album: Officium)
15. Okkyung Lee – One Hundred Years Old Rain (The Same River Twice)
16. Yo Yo Ma & Chris Botti – My Favorite Things

제1곡. Jacques Loussier – Arabesque (Debussy)
Jacques Loussier – Arabesque (Debussy)

Jacques Loussier라는 연주가는 클래식의 스탠다드1들을 가져와서 재즈로 연주한 거장으로 유명하다. 주로 바흐 쪽의 곡을 샘플링해서 재즈의 형태로 연주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작년(2020)에 돌아가시긴 했지만…….

이 곡은 재즈에서 클래식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는데, 이 곡에서는 드비시(Debussy)의 그 유명하고 잔잔한 곡인 아라베스크(Arabesque)를 스탠더드로 끌고 와서 재즈의 형태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곡의 느낌은 재즈-클래식의 융합에서 가장 일반적인 인식에 가까운 연주 스타일의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비시의 원곡인 아라베스크는 매우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배를 타고 잔잔한 호수 위에 있는 느낌이 강한 반면, 이 곡의 느낌은 특유의 재즈의 느낌이 가미되어 물결이 조금씩 느껴지는 호수의 배 위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즉, 조금 더 생기가 도는 느낌을.

이렇게 재즈에 대하여 클래식의 요소를 샘플링한 것은 음악적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라는 평이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클래식의 작곡가가 의도한 느낌이나 양식이 왜곡된다는 점에서, 그저 Easy Listening을 위한 변형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제2곡. Jacques Loussier – Variaciones Goldberg, Jazz (Var. 1-9)
Jacques Loussier – Variaciones Goldberg, Jazz (Var. 1-9)

이 곡도 역시 Jacques Loussier가 클래식의 멜로디를 샘플링(Sampling)한 곡인데, 제1곡에 대한 논의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듯, 바흐의 멜로디를 샘플링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제3곡. Igor Stravinsky – Ragtime for Piano Solo

이번에는 관점을 조금 바꾸어 다른 측면, 즉 재즈가 클래식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아닌 클래식이 재즈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그 측면을 살펴본다.

재즈가 처음 발생한 20세기 초에는 렉타임(Ragtime)이라는 통통 튀는 음색의 재즈의 시조격(?) 장르가 있었다. 이러한 Ragtime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것은 아래의 『The Legend Of 1900 Duel』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Igor Stravinsky라는 클래식 작곡가는 이 Ragtime에서 아이디어를 따 와서 바로 이 제3곡인 Ragtime for Piano Solo라는 곡을 작곡했다.

Igor Stravinsky – Ragtime for Piano Solo

이러한 재즈의 양식을 클래식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음악가들도 있었던 반면, 올리버 메시앙과 같은 일부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재즈 하는 사람들은 클래식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음악적 재료들을 훔쳐다가 쓰는 도둑들이다!” 라고 규정하면서 아주 경멸하기도 했다.

제4곡. Claude Bolling & Yo Yo Ma – III. Galop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Claude Bolling은 현대 음악의 작곡가로, 새벽 라디오 등에서 사연을 읽어줄 때 자주 등장하는 그 유명한 플루트 소리가 매력적인 곡인 Irlandasie를 작곡한 사람이다.

Claude Bolling & J. P. Rampal – Irlandasie

그런 유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인 Claude Bolling의 이 곡은, 이 사람의 피아노 트리오와 Yo Yo Ma라는 첼리스트 거장이 함께 협연한 작품들을 모은 「Suite for Cello & Piano Trio (1984)」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Claude Bolling & Yo Yo Ma – III. Galop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곡을 들었을 때 나는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인 곡이라고 생각하면서, 약간 Latin 계열의 느낌이 곡에 묻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감모장께서는 다양한 리듬과 양식이 섞여서 재미있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고 공감하셨고, 클래식적으로 이 곡을 생각해보아도 도입부, 재현부, 카덴차2 등의 형식적인 면도 있어 여러모로 흥미롭다고 하시면서, 이것이 크로스오버 장르의 묘미가 아닐까라고 의견을 피력하셨다.

제5곡. Claude Bolling & Yo Yo Ma – IV. Ballade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Claude Bolling & Yo Yo Ma – IV. Ballade (in Album: Suite for Cello & Jazz Piano Trio)

이 곡도 제4곡과 같은 앨범과 연주자의 곡이다.

제6곡. Nikkolai Kapustin – Elegy n 96
Nikkolai Kapustin – Elegy n 96

Nikkolai Kapustin이라는 작곡가는 최근에 조금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작곡가인데, 굉장히 재미있는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은 되게 들어보면 재즈적 용법과 음색이 강하며 그러한 평가가 대부분인데, 정작 자신은 클래식을 작곡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람은 도대체 재즈를 하는 것인지, 클래식을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곡가가 작곡한 이 Elegy n 96이라는 곡은 즉흥적 요소는 전혀 없으며, 저 재즈적 기교들이 모두 악보에 적혀 있다고 한다.

감모장께서는 이 작곡가가 클래식과 재즈를 모두 융합한 음악적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가 좋아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양쪽 모두가 외면할 수도 있는 그런 힘든 음악적 진로를 선택한 사람으로 생각된다고 하셨다. 애초에, 이런 Kapustin의 곡을 잘 연주하려면 연주자 입장에서도 재즈와 클래식의 양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도 하고, 박자와 화성이 되게 까다롭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곡이 매우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이 곡에 대한 인상은 처음에는 클래식 곡이라는 인상이 강했으나, 중간 부분 즈음에 들어 갑자기 연주법이 변하면서 첼로는 갑자기 베이스로 변하고, 클래식 피아노는 갑자기 재즈 피아노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제7곡. Nikolai Kapustin – Piano Quintet No.1 1st Movement Allegro (by Jeong Jae Moon & PACE)
Nikolai Kapustin – Piano Quintet No.1 1st Movement Allegro (by Jeong Jae Moon & PACE)

이런 Kapustin의 곡을 국내에서, 그것도 SMTOWN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계에서 직접 연주한 버전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피아노에서 다른 클래식 곡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Kapustin만의 특이한 피아노에서의 그루브(Groove)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제8곡. George Gershwin – Piano Concerto in FA (by Berliner Philharmonic Orchestra (Seiji Ozawa) & Marcus Roberts Trio)
George Gershwin – Piano Concerto in FA (by Berliner Philharmonic Orchestra (Seiji Ozawa) & Marcus Roberts Trio)

이 곡의 작곡가인 George Gershwin은 (일단 이름을 발음하기도 참 어려운 것도 있지만) Summer Time과 같은 재즈 스탠더드의 Motivation을 작곡한 인물이다. 그의 곡인 이 Piano Concerto in FA는 보통 클래식 피아니스트들과 협연을 하는 편인데… 이 곡은 기가 막히게도 관현악단과 3인의 Jazz Piano Trio가 협연하여 연주된 곡이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의 연주에 참여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주로 백인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협연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는 Marcus Roberts의 트리오로 세 명 모두 흑인이다. 게다가, 피아노를 치는 Marcus Roberts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이기까지 하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아시아인인 일본인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Seiji Ozawa)이다. 즉, 장애의 유무, 인종이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 George Gershwin의 곡의 연주에 모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사불란한 연주를 보이는 관현악단과 자유로움의 대명사인 재즈의 트리오의 조합이 사실상 상반되고 섞일 수 없는 듯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연주가 그러한 생각을 깨버렸기에 상당히 흥미로운 연주라고 생각했다.

감모장께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연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협연하는 재즈 트리오 모두 정말로 깊은 음악적 이해를 요구한다고 말씀하셨다.

한편, 이 곡의 연주에 참여한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에 대한 TMI로, 이 세이지는 평소 지휘자가 보는 총보를 보지 않고 암보로 지휘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재즈 트리오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연주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이지 오자와는 지휘 동작이 정말 역동적인 편이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그는 말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Marcus Roberts Jazz Trio에 대한 TMI로, 이 Trio의 Drummer는 윈튼 마샬리스의 동생이라고 한다.

제9곡. Chick Corea – Prelude #2 (Op. 11) (in Album: Solo Piano: Portraits)
Chick Corea – Prelude #2 (Op. 11) (in Album: Solo Piano: Portraits)

현대 재즈의 거장, 그 유명한 Spain의 작곡가, Chick Corea. 올해(2021년) 안타깝게도 타계하셨지만 2014년에 발매한 Portraits라는 앨범의 이 곡은 여전히 남아 있다. 클래식 쪽으로 교육을 많이 받은 음악가답게, 그는 Scrabin의 24 Preludes Op.11 No.2 in A Minor를 재즈로 샘플링해서 자신의 방법대로 연주해버렸는데, 이 곡이 바로 그것이다.

그 외에도 그는 그 「Portraits」라는 앨범에서 다양한 재즈 ·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즉흥연주했다.3

제10곡. Brad Mehldau – After Bach: Rondo (in Album: After Bach)
J. S. Bach –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1 Prelude and Fugue No.3 in C-Sharp Major, BWV 848 (by Sviatoslav Richter)

Brad Meldau라는 피아니스트는 현대 재즈 음악계에서의 정상급 피아니스트로 여겨지고 있으며, 역시 정통 클래식 교육을 많이 받은 인물이다. 그런데 이 피아니스트는 2018년에 「After Bach」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는데, 위에 제시한 J. S. Bach의 평균율집 수록곡의 서곡부를 자신이 Rondo라는 이 곡으로 재해석했다.

Brad Mehldau – After Bach: Rondo (in Album: After Bach)

기가 막힌 것은, 이걸 또 그가 5박자로 편곡해서 성부를 전개해버렸다는 것으로, 박자감이 죽여준다는 것이다.4

제11곡. Steve Reich – Pulse

이제는 클래식과 재즈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음에서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아예 두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는 것들을 살펴본다.

우선 그 첫번째로 볼 이 Steve Reich라는 작곡가는 미국에서 미니멀리즘 관련 음악가로 다수 활동을 전개해왔는데, 별명이… 어… ‘클래식에서 걸어다니는 가운데 손가락‘일 정도라서, 전형적인 클래식에 대한 이의 제기격의 음악들을 다수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아프리카 타악기와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작곡한 곡들에는 그러한 영향이 많이 묻어 있는 편이라고 한다.

이 Steve Reich의 상징같은 곡은 아래의 Clapping Music – 즉, 말 그대로 정해진 박자로 박수만 치는 곡인데, 이상하게 한 박자식 박수가 밀리면서 계속 곡이 전개되는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Steve Reich – Clapping Music

그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의의 제기격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여 관련 음악을 많이 만들었는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다른 현대음악과도 공통점을 찾기가 참 그런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Steve Reich – Pulse
제12곡. Brad Mehldau & Kevin Hays & Patrick Zimmerli – Modern Music
Brad Mehldau & Kevin Hays & Patrick Zimmerli – Modern Music

아까 살펴보았던 Brad Mehldau가 Kevin Hays라는 다른 재즈 피아니스트와 협업하여 만든, 2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이 곡은 클래식이라 하기도 힘들고 재즈라 말하기도 참 어려운 새로운 부류의 음악으로 생각된다. 상당히 현대적이다.

제13곡. Cecil Taylor – Free Improvisation #3
Cecil Taylor – Free Improvisation #3

그리고 이제는 재즈의 즉흥 연주가 갈 때까지 가서, 굉장히 난도 있는 곡인 Cecil Taylor라는 사람의 Free Improvisation #3이라는 곡으로 이어진다. 이 Cecil Taylor라는 연주자는 아방가르드와 프리 재즈 쪽의 거장이다. 그는 대학생까지 클래식 정규 교육을 받았으나, 어느 순간 재즈와 클래식의 틀을 벗어던지고, 마치 피아노가 각 건반이 다 따로 노는 타악기인 마냥 연주하는 자신만의 음악적 진로를 개척해버렸다.

위 음악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위 곡을 음악적인 혁명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컨대 우리집 고양이가 저 피아노 위에서 뛰어다녀도 저런 곡이 나오겠다 – 하는 식의 반응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감모장의 말씀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테크닉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니5, 이 곡은 아무래도 어디까지가 과연 음악인지, 어떻게 우리가 음악의 장르와 연주를 규정지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곡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14곡. Jan Garbarek & The Hilliard Ensemble – Parce Mihi Domine (in Album: Officium)

이 곡은 Youtube Music Primium이 있어야 들을 수 있는 관계로 게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이 곡을 연주한 Jan Garbarek이라는 연주가는, 유럽의 유명 재즈 레이블인 2CM 레이블 소속, 노르웨이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로, 재즈 스탠더드 쪽 연주로도 유명하고 한때는 그 유명한 세실 키스와도 함께 작업한 사람인데, 이 곡으로 그는 클래식과 재즈계를 모두 충격과 혼돈의 도가니에 제대로 빠트려 버린다.

그가 클래식의 근본인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고 와서는, 거기에 자신의 색소폰을 얹어서 앨범을 내 버린 것이 바로 이 「Officium」이라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 앨범은 별점 1점과 별점 5점이 둘다 높은 비율로 공존하는,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평가점수의 표준편차가 압도적으로 높은 그런 앨범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색소폰이 경건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란 곡이다.

제15곡. Okkyung Lee – One Hundred Years Old Rain (The Same River Twice)
Okkyung Lee – One Hundred Years Old Rain (The Same River Twice)

이 곡은 서울예고를 나와 버클리 음대로 가서, 현대 음악 작곡 등을 연구하고 버클리 음대의 특성인 실용음악과 재즈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한 이옥경이라는 연주가의 작품으로, 본인 특유의 첼로를 이용한 모든 소리 – 즉, 첼로를 이용하여 낼 수 있는 음은 당연하고 각종 소음을 이용하여 재즈, 국악, 클래식을 모두 오마주하여 연주해버리는 연주가로 유명하다.

첼로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들을 매우 많이 연구해서 이 곡을 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제16곡. Yo Yo Ma & Chris Botti – My Favorite Things

감모장께서는 클래식과 재즈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서 나아가, 현대에서 음악에 대한 다양한 개혁과 혁변을 모두 함께 살펴보느라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그래도 편안한 재즈 스탠더드인 My Favorite Things를 마지막 곡으로 고르셨다고 했다.

Yo Yo Ma & Chris Botti – My Favorite Things

주석 및 참고문헌

  1. 재즈, 혹은 클래식에서 스탠다드(Standards)란 주로 다른 곡들에 샘플링(Sampling)되곤 하는 유명한 멜로디 혹은 그러한 부분을 가진 음악들을 뜻하는 용어이다.
  2. 카텐차(cadenza)란, 클래식의 협주곡에서 주로 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전에, 반주를 멈춘 동안 화려하고 기교적인 애드리브 혹은 그 풍을 살린 연주를 통해 독주자의 역량을 과시하는 대목을 말한다. 흔히 독주자가 한 명인 협주곡이나 협주곡풍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편이며, 두 명 이상일 경우에도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작곡가가 만들어 넣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한다. 좀 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클래식 협주곡 등에서 곡이 달아오른 뒤 솔로 연주자가 현란한 기교를 보여주며 독주하는 부분을 카덴차(cadenza)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을 듣다보면 Yo Yo Ma가 연주하는 첼로가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독주를 하는데, 이것이 클래식 악곡에서의 카덴차를 연상시킨다.
  3. 감모장께서는 정말 대단한 음악적 상상력이라고 평하셨다.
  4. 감모장께서는 이 점 때문에, 농담조로 Brad Meldau의 뇌는 좌뇌 우뇌 말고도, 앞뒤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5. 그러나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