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 #4. 인민(人民, Volk)

바벨의 도서관 #4. 인민(人民, Volk)

2021-10-18 0 By 커피사유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사유 #29. 바벨의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마련한 공간으로,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읽거나 접한 책, 글귀 중 일부를 인용,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주석을 덧붙여가며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시도하는 공간입니다.


얼마 전에 아침을 홀로 먹으면서 종종 보는 한겨례를 좀 보다가 어떤 한 종류의 흥미로운 연극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그 글은 기사는 아니었고 그 연극의 대본 일부(혹은 전부)를 옮긴 것이었다. 그것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아두기로 결심했는데, 오늘은 동일한 책 한 권에서 두 개의 구절을 인용할까 싶다. 첫 번째 구절은 연극에 관한 위의 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에 대한 나의 견해 내지 연극과 관련한 위 글에서 내가 주목하여 의견을 같이 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표현으로서, 두 번째 구절은 총 논평 내지 제언으로서 인용하고 싶다.

인용하고자 하는 아래의 두 구절은 모두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라는 서적에서 인용하였다. 정확한 출처는 인용절 각각에 병기하였으니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 『혐오사회』를 읽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므로 그저 건강한 사회를 위한 나름의 대책에 관한 고심의 연장선에 위치하는 종류의 사상이 동기가 되었다는 식으로 언급하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용 1 –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에서

장 보댕Jean Bodin과 장 자크 루소Jean-Jacque Rousseau의 전통에서 ‘인민Volk‘이란 양도할 수 없는 주권을 부여받은 자유롭고 평등한 이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구상되었다. 인민주권을 이렇게 개념화할 때 입법의 권한은 스스로 결정하는 인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그들의 대표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구상된 인민은 실제로 참여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 협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려면 끊임없이 새롭게 토대를 놓는 행위로서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정치공동체는 바로 이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런 공화주의적 전통에서 인민은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논쟁하고 성장하면서 사회계약을 통해 비로소 구성되는 것이다.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 다산북스. 2017.

인용 2 – 또 한 번,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에서

… 개방적이고 공정한 사회의 특징은 언제라도 배울 줄 아는 열린 자세다. 그런 자세는 환경이나 경제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맡겨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에 따라 사회적 참여나 정치적 발언권을 허용하고 있는지 자기비판적으로 자문해보는 것도 의미한다. 늘 배워나가는 사회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얻고 똑같이 보호받고 있는지, 금기가 이데올로기적 쉬볼레트들로 된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지는 않는지 점검해보는 데서 그 특징을 드러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과 그 적용뿐 아니라, 건축학적 또는 미디어적 입장들도 고찰해야 한다. 그것은 자기비판적이고 반어적인 호기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 다산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