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3. 뭣이 중헌디

동상이몽 #3. 뭣이 중헌디

2021-06-24 0 By 커피사유

생각을 움직여 다른 꿈을 꾸다. 동상이몽(動想異夢) 시리즈는 커피, 사유의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시사 평론 및 생각 나눔의 장이자, 세상을 향한 이해를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 中

… 결국 또 한 번, 나는 체감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들어올리는 트로피에 관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쓰여진 책의 검은 글자들 사이사이에는 아주 작아 보이지도 않는, 그리하여 결국은 주목받지 못하고 떠나버린 이들의 비명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어떤 그래프의 곡선이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어떤 무리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그 우상향(右上向)의 곡선의 점과 점 사이에는 또 다른 점이 아닌, 그렇게 떠난 이들의 시체가 가득하다는 것을.

누군가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전표(傳票)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즐겁게 웃고 환호성을 지를 때, 그 무리들이 잔에 따르는 것을 담은 병에는 전혀 웃을 수 없는, 그리하여 결국은 서서히 말라 비틀어질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핏물들이 가득히 담겨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성장(Development)을 외치며 사람들에게 눈 앞의 숫자를 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숫자가 아닌 진정한 명(命)이기에, 결국 우리는 칸트의 다음과 같은 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존엄성의 가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1

… 인명(人命)의 값은 더없이 귀중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교활한 말 사이에는, 결국 식인(食人)의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바로 오늘.

과연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 관한 진실이란 말인가.

오늘의 사족

주석 및 참고문헌

  1. 임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이원봉 옮김. 책세상. 2002. p.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