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have friends”

2021-06-14 0 By 커피사유
예전에 잠깐씩 보던 BBC 드라마, Sherlock 中 “그 대사”.

나는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가끔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것 같은 막연한 공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나의 이런 공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는 그래도 너와 함께 지내는 네 ‘또래’들이 있지 않냐고, 그리고 그 ‘또래’들이 곧 ‘친구’가 아니냐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 ‘또래’는 ‘친구’와 동치인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즉, 두 개념은 나에게 있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 이상적인 친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친구’의 정의에서 요구되는 요소를 제외하고도 몇 가지의 요소를 추가로 더 요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친구’의 상이란 고전적 ‘친구’의 정의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학문적 동료’가 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기존의 고전적 정의에 따른 ‘친구’의 요구 조건인 어떤 공통된 정서적 지지, 어떤 관심사의 공통 영역 등을 제외하고서도 나는 제 딴에 눈을 높이고나 있는 것인지, 그리하여 자기 기만이나 자아 도취에 빠진 것인지 학문, 사상적으로 건전한 토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학문적’ 교류가 가능한 친구가 기왕이면 나와 생각이 많이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가지 신념은 공유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타인과의 잘-준수된 토론을 통하여 상호 간의 엄청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다른 말로 표현하여 타인의 견해와 나 자신이 충돌하면서 수정되는 나 자신의 끝없는 도전으로 인하여, 어제를 넘어서는 오늘의 자기초극을 믿기를 나는 바란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종류의 자기 초극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곧 상대가 자기 자신의 초극Overcome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더 높은 수준의 초극은 신성하다는 것 또한 믿어 서슴치 않으므로 생각과 사상이 많이 다른 사람은 ‘분리’ 혹은 ‘적대’의 대상이 더 이상 아니며 ‘연구’ 혹은 ‘교류’의 대상으로 인지된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이 가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는 이유는 나의 이러한 이상을 완벽히 충족하는 어떤 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만나긴 하였는데 그 친구와 교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학문과 자기 초극에 대한 병적, 혹은 광적인 집착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을 넘어서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느낀다. “가만히 서 있는 자는 죽은 자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또한 그렇게 믿어 서슴치 않는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나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