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2.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종보다 우월한가?

잠시, 멈춤 #2.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종보다 우월한가?

2020-10-17 0 By 커피사유

‘잠시, 멈춤’ 시리즈는 필자가 읽은 글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일부, 혹은 전부 인용하는 등, 이 카페에 모아 두는 포스트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로 포스팅되는 모든 글의 경우, 필자가 쓴 글이 아님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에 사용되는 모든 글의 출처는 포스트의 맨 하단에 표시합니다.

인간은 다른 신체적 장점이 없는 대신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소통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사용이 정신과 판단을 관장하는 뇌의 발전으로 이루어졌다. 어쩌면 인간은 복 받은 존재가 아닐까. 신체적 장점이 없는 생물이라고 해서 모두 뇌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진화가 진행된 것은 아니며, 오늘날에는 뇌의 발전이 다른 신체 부위의 장점을 압도한다고 본다면 확실히 인간이라는 종은 운이 좋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월한가? 확실히 이때까지의 연구를 살펴보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월등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인간은 어떤 면에서 다른 종보다 우월할까? 우월한 것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몸집, 무기, 빠르기, 먹이사슬에서의 위치 등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대의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뇌의 발달을 야기시켜 뇌를 진화시킨 종이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올랐으므로 오늘날에는 ‘고등정신의 정도’가 우월한 종인지를 판별하는 척도가 된 것 같다. 뇌의 발달만이 신피질의 발달로 이족보행이 가능하게 하고, 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현대의 문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월하다는 것. 이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등정신의 정도에서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인지, 고등정신을 넘어서 종 자체의 존재, 가치, 존귀함에 있어서도 다른 종과 비교했을 때 우월하다는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고등정신을 갖는 종은 없으므로 전자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후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존귀함을 지키기 위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인권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교육과정 아래 ‘인권’의 정의, 필요성, 발달 과정 등을 학습했다. 요약하자면, 인간은 존귀한 존재이므로 인간만의 고유한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인간의 존귀함은 인간이라는 종 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지 않을까. 물론, 생태계의 유지와 평화를 위해서 종의 존귀함은 보편적 사실이 되겠지만 그 종이 ‘인간’이라고 하여 더 특별해질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인간 사회 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인간에게 다른 어떤 종보다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실로 자명할 것이다. 어떤 종이나 개체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종을 우선시하는 것에 대해 지적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 또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감정, 목적 따위를 위해 필요 이상의 살생과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연구를 위해 수천 마리 이상의 토끼, 쥐와 같은 포유류에 실험을 가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기 위해 유인원들을 가두고 사육시키는 행동을 ‘호기심’이라는 명목 아래 당당히 행하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곤충이나 동물도 쉽게 죽이고, 버린다. 의식주와 같이 인간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를 위해 다른 종들을 이용하고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쟁에 해당될 수 있겠으나 현재 인간이 행하는 몇몇 행동들은 그 범위를 넘어서서 무차별하게 행해지고 있다.

인간이 조금 더 뛰어난 고등정신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현재 생태계 피라미드의 상위에 있다고 해서 인간이 다른 종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는 걸까? 강한 집단은 각 개체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약한 집단을 무차별하게 이용해도 되는 것일까?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단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 사회 내에서 앞서 언급한 일들이 일어나면 ‘차별이다’, ‘갑의 세상이다’, ‘갑질이다’라고 발악하며 펄쩍펄쩍 뛴다. 물론 한 집단 내의 일이니 평등을 주장하는 것일 테지만, ‘평등’과 ‘존귀함’이라는 개념을 나와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에게도 적용할 수는 없는 걸까? 치열한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간절하게 뇌의 진화를 꿈꿔왔던 인간은 아주 우연찮게 뇌의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고, 그 우연함이 지금의 인간을 피라미드의 정상에 오르게 했다. 만약, 인간이 뇌의 진화를 거듭할 수 없었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문명을 이룩해 소위 ‘지배’를 행한다면 그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룩하게 될 수 있게 된 데에는 비단 인간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운’도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운’으로 얻게 된 도구와 언어의 사용으로 지구상의 다른 생물은 가지지 못한 뇌의 발달을 가진 우리가 우리 집단의 이익만큼이나 다른 종과의 공존을 우선시할 수는 없을까? 사실 우리는 모든 종이 존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이 정말로 우월한 종이라면, 자신이 속한 종만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내로남불’을 행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종이 그 자체로 존귀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아니 지구로 범위를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인간만이 존귀하고 가치 있는 종은 아닐 것이다. 고등정신의 능력으로 모든 생물체의 존귀함을 깨닫고 이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인간은 우월하고 고귀한 존재로서, 강자로서, 신이 선택한 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종보다 우월한가?’. 이주현. 고전의 숲 과학의 길. 경남과학고등학교(2020).